더불어민주당이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대응 카드로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 재검토까지 꺼냈다. 이재정 대변인은 4일 일제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해 "어떤 사죄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유신 독재정권의 굴욕적이고 졸속적인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이 가장 큰 이유"라고 주장했다. 협정이 불평등조약이기 때문에 재검토·개정 또는 파기해야 한다는 소리로 들린다.
'팩트'부터 틀렸다. 일본은 그 어떤 사죄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지금까지 3번 사과했다. 1993년 '고노 담화', 1995년 '무라야마 담화', 2009년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무라야마 담화' 계승 선언이 그것이다. 고노 담화는 위안부 강제동원을 사과한 것이고, 무라야마 담화와 하토야마 총리의 선언은 식민 지배와 침략 전반에 대한 것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퇴임 후 2015년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무릎도 꿇었다.
두 번째로 유신헌법은 1971년 11월 12일 국민투표로 확정됐다. '협정'이 체결된 1965년 당시 '박정희 정권'은 있어도 '유신 독재정권'은 없었다. 이 대변인의 '역사적 무지'는 '굴욕적이고 졸속적인 협정'을 '유신 독재정권'이 했다고 해야 더 선동 효과가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 같다.
청구권협정에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받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과거 식민 모국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배상·보상한 예는 단 한 건도 없다. 분하지만 그게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이를 바꿀 힘이 우리에겐 없다. 청구권협정은 이런 한계가 있었지만, 경제개발에 필요한 '종잣돈'을 조달케 한 '공헌'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협정'의 '재고'는 이런 사실 때문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 위험하다. 한일 관계의 총체적 파탄에 그치지 않고 한국이 국가 간 협정을 손바닥 뒤집듯이 폐기·파기하는 '믿을 수 없는' 국가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은 이미 2015년의 '한일위안부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어느 국가가 이런 나라와 외교적 약속을 하려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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