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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스쿠터가 돌아오는 저녁 / 한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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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윤 씨
한해윤 씨

전동스쿠터와 물아일체가 된 저 노인

온몸을 맡겼으므로 추동推動의 힘을 주는

스쿠터는 그에게 신흥종교다

오늘도 이사 오기 전 50년을 살았던 동네로

헬멧을 쓰고 신나게 달린다

오종종 햇살이 비켜서고 쌀쌀한 바람도 갈라서면

부웅붕, 소리가 말줄임표를 남기고

이쪽의 고요와 저쪽의 생기에

흔한 말다툼도 다정해진다

일체 변명이 없는 낡은 바퀴는

생존도 놀이도 아닌 사소한 일상을 지탱하는

노인의 비장한 신앙이다

들키지 않으려는 마지막 날숨처럼 의지할 건

스스로의 체온뿐이라며 등받이에 기댄

의존명사 같은 노인,

아들 때문에 담보 잡힌 소문들이

1.5평 월세방까지 이주해 왔지만

믿음이란 자잘한 균열까지도

의심하지 않아야 한다며 아무런 세상에라도

속하고 싶어 주문을 왼다

앞에서 보면 시시한 주름살이자만

뒷면에 숨겨진 일몰의 스크래치들이

현란한 색채로 매듭짓는 저녁

맨홀 뚜껑과 보도블록 틈 사이로 여러 번 접힌

민들레가 땅 속 한기를 밀어 올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교주가 되어버린 낡은 스쿠터,

브레이크등을 따라 산란散亂되는

누추의 바람을 가르며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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