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여름꽃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내리쬐는 햇빛과 태풍의 숨결이 언뜻언뜻 섞인 바람에 연신 출렁이는 연분홍 웨이브피튜니아가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달 들어 도청교 등 대구 시내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 여름꽃 이야기다. 7, 8월 무더위를 견디며 피는 여름꽃은 봄꽃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크게 주목받지도 못한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과 조건에서도 꽃을 피우고 주위 분위기를 한결 청량하게 또 편안하게 바꿔준다는 점에서 여름꽃의 존재는 더욱 경이롭다.

8월은 삼복더위가 절정에 다다르는 시기다. 견디기 힘든 무더위 속에서도 갖가지 여름꽃은 어김없이 알록달록 꽃을 피워낸다. 백일홍과 접시꽃, 나팔꽃, 맨드라미, 패랭이꽃, 쑥부쟁이, 해바라기, 원추리, 백합, 메리골드, 피튜니아 등은 여름을 장식하고 채우는 대표적인 꽃들이다. 예전과 달리 해바라기백합 등은 도심에서는 좀체 보기 힘들다. 시골이나 이맘때 청주나 태백시의 '해바라기 축제'를 찾지 않는다면 못 보고 넘어갈 꽃들이다.

대신 요즘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백일홍이다. 신천동로를 지나다 보면 키 나지막한 배롱나무를 온통 붉게 물들인 백일홍꽃이 때를 맞았다. 안동시내 육사로나 옥동로 등에도 요즘 백일홍이 한창이다. 수령 380년의 고목 등 120여 그루의 배롱나무가 꽉 들어찬 풍천 병산서원의 백일홍도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태양의 기운이 강한 성하(盛夏)에는 바깥나들이가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작심하고 떠나는 휴가라면 몰라도 주말에 가까운 교외로 향하는 발걸음도 쉽지는 않다. 그래도 집을 나서지 않으면 여름꽃이 펼치는 세계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다. 5년 연속해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로 벌어지는 '월복'(越伏)이 들면서 삼복더위가 더 길어진 느낌이지만 입추가 지났고 더위가 가시어 풀이 더 자라지 않는다는 처서(處暑)도 이제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노(NO) 재팬' 사회 분위기에다 여유가 없어 아직 여름휴가를 내지 못한 직장인이라면 광복절 공휴일과 주말에 잠시 짬을 내 가까운 곳으로 여름꽃 구경이라도 나서는 것은 어떨까 싶다. 화사한 여름꽃 축제를 염두에 두고 일정을 맞춘다면 평소에 생각지도 않았던 색다른 테마여행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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