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빅데이터로 본 한 주]월례회의 동영상 한 편에 쑥대밭이 된 한국콜마

여교사와 중학생 남제자의 성관계 형사처벌은 없어
한국콜마 월례회의 동영상 시청에 한 직원 문제제기
직원이 익명 앱 블라인드에 올린 글, 언론보도 이후 불매운동 확산
직원들이 시청한 영상은 극우 유튜브로 분류
결국 윤동한 회장 대국민 사과, 사퇴로 이어져

'여교사와 제자'로 온라인이 뜨겁다. 영화 제목이 아니다. 죄를 캐묻는 법조항이 등장한다. 여교사와 남제자의 성관계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형사처벌로 이어지지 않은 탓이다. 화장품 등을 개발해 생산하는 '한국콜마'라는 기업이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월례조회에서 직원들에게 보여준 한 유튜버의 동영상이 문제였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종합기술원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종합기술원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교사와 제자

충북의 한 중학교 여교사가 제자와 성관계를 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그러나 논란은 성관계보다 형사처벌에 가 있다. 학교 측에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충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중학교 A여교사는 올 6월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남학생 B군과 성관계를 가졌다. 성관계 사실은 B군의 친구 입에서 퍼졌다. B군에게서 A교사와의 성관계 사실을 전해들은 친구가 학교 상담교사에게 말하면서다.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 조사에서 A교사와 B군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교사는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도교육청 징계위원회에 올랐다. 형사처벌은 없었다. 경찰은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한 것은 아니었다. 해당 학생이 만 13세가 넘어 형법상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를 적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남교사와 여학생 사이의 성관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나오던 비판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잠잠하다.

과거 비슷한 사건에서 여제자와 성관계를 한 남교사는 형사처벌을 받았다. 2016년 여중생과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재판을 받은 '대구 40대 학원장 사건'이 대표적이다. 재수사를 통해 검찰이 적용한 법률은 아동복지법이었다. 법원은 이 학원장에게 징역 3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관련 기관에 7년간 취업 금지 명령을 내렸다.

◆집중포화 맞은 한국콜마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콜마가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이달 6~7일 직원 700명이 모인 사내 월례조회가 발단이었다. 조회 참가자 1명이 '보수 유튜브 영상을 강제 시청했다'며 익명 애플리케이션에 써 올렸다. 문제의 영상은 '보수 유튜브 영상'. 일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소 과격한 표현들도 섞였다. 종합편성채널 한 곳이 이를 보도했다. 한국콜마는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결국 한국콜마 회장이 고개를 숙였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순서도를 그리면, ①월례조회에서 '유튜브' 동영상 상영→②조회 참가자 중 1명이 익명 앱 '블라인드'에 문제제기→③언론의 보도→④한국콜마 불매운동 확산→⑤한국콜마 회장 대국민 사과와 회장직 사퇴다.

한국콜마는 1990년 설립된 화장품·의약품·건강기능식품 제조자 개발생산 전문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왜 월례조회에서 시국 관련 동영상을 재생했을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블라인드'에는 회사의 평소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글이 올라와 있다.

직원들의 글을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은 신입사원 연수 때 경남 통영 제승당을 함께 찾아간다. 승진시험으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치르게 한다. 문제가 된 월례회의에서도 윤 회장은 동영상이 끝난 뒤 "이런 역사의식을 가지면 또 지배당한다"는 설명을 붙이며 기술 개발에 힘써야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조회를 마친 뒤에는 광복절 노래를 불렀다.

◆'한 유튜브 동영상' 내용이 뭐였길래

한국콜마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지목되는
한국콜마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지목되는 '유튜브 동영상' 영상 캡처. 출처=유튜브

'유튜브 동영상'을 튼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동한 회장 개인의 견해를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주입하려 했다는 비판이다. 논란의 영상에서 유튜버 동영상의 표현 수위는 높았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와 아베의 면전에 대고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이는 한미일 동맹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놓고 동맹국가를 무시하는 발언을 지껄인 것"이라는 둥 "아베가 문재인의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임에 틀림이 없다"는 둥 과격한 표현에 거침이 없었다.

특히 "베네수엘라 차베스 전 대통령이 말했던 'la gente es lo primero'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 먼저다'와 같은 말이고 국가경제 몰락도 같은 길을 갈 것"이라며 "베네수엘라 여성들은 7달러에 몸을 팔고 있다"고 했다.

6일 익명 앱 블라인드에 처음 문제를 제기한 참가자의 "월례조회에 전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회장님에 지시로 보수 채널 유튜브를 강제 시청했다. 회장님은 동영상 내용에 대해 각자 생각해보라는 말을 남겼고 한일관계에 대해 설명은 하셨는데 동영상 내용이 너무 충격이라 정확하게 담아 듣지 못했다"는 표현도 여기서 온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 이 글은 앱에서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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