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초중증 화상환자 치료비 국가가 책임져야"

[메디컬 인터뷰] 푸른병원 김상규 원장

푸른병원 김상규 병원장
푸른병원 김상규 병원장

"생존확률 1~5%인 초(超)중증 화상환자 가족이 1억원이 넘는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게 현실입니다. 환자가 안아야 할 경제적 부담으로 병원이 사람을 살리려는 시도조차 못한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입니다."

대구경북 유일의 화상전문병원인 푸른병원 김상규 원장은 초증증 화상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차별에 대해 개탄했다. 초중증 화상환자란 일반적으로 체표면적의 40% 이상 또는 3도 화상의 범위가 체표면적의 30% 이상을 말한다. 화상의 범위가 넓은만큼 사망 확률이 높아진다. 화상범위 50%면 사망확률이 50% 이상이다.

◆초중증화상 환자 치료비 본인부담 최소 1억원

전신화상으로 상처가 감염되어 화상합병증이 동반된 경우 '폴리믹신 B 고정화 섬유를 이용한 혈액관류요법'을 시행하는데, 이는 매우 고가인데다 비급여항목이다. 7월부터 선별급여로 전환됐으나, 환자부담금이 90%인터라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화상부위에 자기 피부를 떼내 배양해서 이식하는 '홀로덤치료' 또한 산업재해 환자에만 보험혜택이 적용될뿐 일반 환자는 100% 본인 부담이다.

"심한 화상으로 실려오면 가족들 모두 당장 환자의 생명이 위급하니 치료 방법에 상관없이 우선 살려달라고 울부짖습니다. 하지만 초기 처치후 추후 치료에 필요한 비용을 설명하면 생각지 못한 금액에 보호자들은 멈칫하게 됩니다. 이렇듯 초중증 화상환자들은 입원후 72시간 이내 치료에 대한 결정이 늦어져 제한적인 초기치료로 생명 유지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최근 대구에서 가정집 화재 사고로 83.5%의 전신화상을 입고 이송되어 온 17세 여학생. 짧은 입원기간 동안 4번의 큰 수술이 이루어졌고, 화상 범위가 넓어 극소량의 자가 피부조직을 배양해 이식하는 홀로덤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56㎠ 크기 홀로덤 1장 재료비만 78만여원. 전신 40% 화상환자의 경우 홀로덤 130장이 필요하며 재료금액만 1억원이 훌쩍 넘는다. 넉넉치 못한 사정이 알려져 종교단체 등의 모금이 있엇고,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갈려는 무렵에 환자는 급성패혈증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극박한 상황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금전적인 부담으로 초기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해 생명을 잃은 안타까운 사례다.

김 원장은 20여년간 화상전문의로 현장에서 지켜 본 결과, 일반 건강보험 환자 중에서 실낱같은 생존확률을 바라보면서 "하루 1천만원 이상 드는 치료비를 대겠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 "초기 생명유지 치료비 국가가 부담해야"

그는 "생사를 오가는 초중증 화상환자의 경우 산재나 자동차보험, 건강보험 등 보험종별의 구분 없이 생명유지에 필요한 초기 치료 및 치료과정에 드는 모든 재정적 부담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암, 심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등은 치료시 발생하는 환자의 자부담을 대부분 덜어주고 있으나, 초중증 화상환자들은 고액의 치료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것이 가혹하다는 것.

김 원장은 "초중증 화상환자의 경우 생명 유지를 위한 초기 치료비용이 많이 발생될뿐만 아니라 생존 후 원활한 사회활동을 위하여 여러 번의 수술 및 치료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없애 우선은 사람을 살릴 수 있게끔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했다.

이어 "선별적 복지 차원에서 초중증 화상환자의 초기 72시간 내 모든 치료재료 및 약제를 비급여 유무에 관계없이 전액 지원하고, 사고 후 3주까지 생명유지를 위한 수술 및 처치에 드는 모든 재료대를 국가가 전액 부담할 것"을 제안했다.

초중증 화상에 해당되는 환자는 전국 5개 화상전문병원 이송 기준으로 연간 100명 정도로 추산한다. 정부가 50~8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진료지원금을 마련하면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도 치료를 포기하는 억울함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초중증 화상환자는 초기치료 가능 여부에 생명이 달려있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제적 부담으로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10명 중 8명이 생명을 잃습니다만 1, 2명이라도 살릴려는 병원의 노력 또한 꺾여져서는 안될 것입니다."

푸른병원 김상규 병원장은?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계명대 동산병원 외과전문의 수료 ▷대한외과학회 부회장 역임 ▷현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외래 교수 ▷대한전문병원 협의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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