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멀리 왔나 허공에 놓인 사다리/ 내 다시 길을 잃고 마른 땀에 젖는 것은/ 함부로 나무의 말을 흘려들은 까닭이다// 해와 달과 비와 바람 품고 때로 받들어서/ 그 어떤 서책에도 싣지 않은 초록 행간/ 철따라 밑줄을 긋고 소리 낮춰 읽었던// 나무인들 웃자라는 생각 하나 없었으랴/ 칼바람 천둥을 재운 나무 아래 살면서도/ 선채로 천리를 읽는 묵언설법, 놓친 죄다.'-민병도 시조 '나무의 말'
민병도 시조시인이 22권째 시조집 '부록의 시간'을 펴냈다. 경북 청도의 창작 공간 '목언예원'에서 집필한 근년의 시조 82편이 실려 있는 시조집에는 '그리움의 하얀 헛간' '칼 든 자 칼을 거두고' '천년에 천년이 가도' '일부러 물길을 놓쳐' '어둠이 깊을수록' 등 5개 장으로 나눠 시인의 예리한 감성과 직관력을 바탕으로 한 시조미학이 책갈피마다 숨쉬고 있다.
시인은 "시조를 써온 지 47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시조라는 이름 앞에 서면 내 스스로 한없이 작아지는 것 같다. 천년에 이르도록 시조를 갈고 닦아온 선현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시조는 내 목숨의 기도'라고 규정한 이영도 선생의 시조 사랑이 언제나 가슴 한편에 서늘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청도 출생인 시인은 지난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한 이후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다. '갈 수 없는 고독' '슬픔의 상류' '칼의 노래' 등 다수의 시조·시조집과 '청동물고기' '한 때, 꽃' 등 번역시집, '매화 홀로 지다' 등 시화집, '형식의 해방공간, 그 실험의지' 등 평론집, '고독에의 초대' 등 수필집이 있다. 이런 활동은 중앙시조대상, 가람시조문학상, 김상옥시조문학상, 한국문학상 등 수상으로 이어졌다.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과 대구미술협회 회장을 지낸 화가이기도 한 시인은 현재 (사)국제시조협회 이사장, 계간 '시조21' 발행인,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운영위원장, 도서출판 목언예원 대표, 민병도갤러리 대표 등 활동을 하고 있다. 107쪽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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