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 주(州) 덴버 대도시권은 미국 지방자치단체 간 상생협력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덴버 대도시권은 1980년대 경제 위기를 맞았으나 1990년대 들어 지자체간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해 기준 인구 290여만 명으로 2010년 인구조사 이후 17.41%의 인구 증가를 보일 만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고, 44세 이하 인구가 61.5%에 달할 정도로 젊은 도시다.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이용객이 많은 덴버 국제공항은 200개가 넘는 노선으로 미국은 물론 세계 주요 도시와 덴버를 이어준다. 글로벌 항공우주기업 록히드 마틴 등이 자리한 첨단산업의 메카기도 하다.
◆ 40명 시장 정기모임

덴버 대도시권의 눈부신 발전 뒤에는 1993년 출범해 이곳 지방정부간 협력을 주도하는 독특한 협의체인 '덴버 시장회의'(Metropolitan Mayors Caucus·이하 MMC)가 있다. 덴버 대도시권 9개 카운티 내 40개 도시 시장들의 자발적 협력체인 MMC는 회원 도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공통과제 및 해결책을 함께 모색한다.
현재는 대도시권 협력 사례로 미국에서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지만 시작은 단촐했다. 시장 출신으로 MMC 창립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 온 피터 케니 MMC 상임이사는 불과 7개 도시 시장들이 모인 작은 일회성 회의가 MMC의 시작이었다고 회고했다.

케니 씨는 "시장들이 교통 예산 문제 등 주지사에게 건의사항을 전달하기 위한 작은 회의가 발단이었다"며 "당시 시장들은 청소년 폭력, 대기 오염 등 비슷한 문제들을 직면하고 있는 것에 흥미를 느꼈고, 포럼을 만들어 정기적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필요성을 인식한 시장들의 참여가 이어지며 포럼 규모는 첫해에 27명까지 급증했고, MMC라는 이름으로 제도화됐다. 현재 참여하는 시장은 40명에 달한다. 덴버 대도시권 9개 카운티 거의 모든 지자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관할 인구는 약 240만명으로 콜로라도 인구의 40%가 넘는다.
◆공통문제 해결 위한 수평적 의사결정
MMC는 격월로 회의를 소집하고 구성원 사이에서 공통 이슈를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매년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치안, 교통, 주민 건강, 에너지 절약, 수자원 보존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논의한다.
의사결정 과정도 독특하다. 적게는 500명 미만의 지방자치단체장부터 수십만 명에 달하는 대도시 시장까지 인구 규모와는 무관하게 각 시장은 동등한 발언권을 갖는다.

1996년부터 MMC 운영 지원은 물론 정책 조언을 제공해 오고 있는 캐서린 메리넬리 상임 이사는 "MMC의 의사결정 방식은 토론과 합의를 통해 모든 멤버들이 지지하거나 최소한 용인할 수 있는 입장을 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래서 의사결정은 투표를 기반으로 하지 않지만 2013년 들어 40명 가운데 5명 이상이 반대하면 MMC가 특정 입장을 정하지 못하게 명문화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는 미국에서 덴버 MMC가 최초로 시도한 사례로, 지자체 간 협력을 촉진하며 미국 내 지방자치 모범사례로 자리잡았다.
◆경전철 시스템 도입 이끌어내
덴버 대도시권을 관통하는 경전철 기반 지역 대중교통 시스템인 패스트랙(Fastrack) 도입은 MMC의 역할이 빛난 사례로 꼽힌다. 이는 47억달러(약 5조6천억원)를 투자해 덴버 대도시권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총연장 196km 길이의 경전철과 환승용 버스 노선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고속도로 확대를 지지한 주지사, 주 교통국장이 도입 반대 입장이었지만 2004년 MMC는 이를 주민 투표로 부치는 것에 합의했고, 52%가 찬성하며 도입이 결정됐다. 2013년 서쪽의 W노선이 개통했고 2014년에는 도심 철도 교통허브인 덴버 유니온 스테이션 역과 버스 환승장이 열렸다. 2016년에는 동쪽의 A 노선이 덴버국제공항까지 이어졌다.

교통체증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등 도입 결과는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패스트랙 운영 공공기관 RTD의 대변인 파울레타 토닐라스 씨는 "패스트랙 도입에 예상보다 많은 55억 달러가 들었으나 1만5천개의 직접고용을 창출했고, 향후 20년 간 투자금액 1달러당 4달러 상당의 편익이 돌아올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0년대 들어 덴버대도시권 지역 개발계획의 충실한 이행을 각 도시가 약속한 '마일하이 협약', 수자원 보존 관련 협력계획을 담은 '콜로라도주 물 협약'을 이끌어낸 것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케니 씨는 "MMC가 처음부터 높은 단계의 협력을 논의하거나 거창한 목표를 세웠던 것은 아니다. 다만 공통의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했고, 협력 성과를 보기 시작했을 때 과거로 돌아갈 이유를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했다.
덴버 대도시권의 지자체간 유기적 협력 시스템은 대구경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류형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쟁이 도시권 단위로 급변하고 있고 시·도민의 삶이 도시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는 점에서 덴버처럼 대구경북도 권역별 지자체장 모임을 만들어 공동발전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정 사안마다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방식을 넘어 도시권 협력을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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