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 축제의 나라' 이월드에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20대 대구 청년 A씨가 한순간 실수로 평생을 돌이키지 못할 사고를 당했다. 그는 앞으로 남은 평생을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할 상황이다.
사실 아직 한국 사회에서 신체 부자유자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벽이 여전히 높은 탓이다. 일자리를 찾는 것도, 결혼 상대를 만나기도 어렵다. 내면은 달라진 것 없는 '나'를 장애 하나만으로 '비정상인' 취급하는 타인의 따가운 눈초리를 쉴 새 없이 견뎌야 한다.
그래서였을까. 사고 소식이 알려진 이후 많은 시민들, 특히 20·30대 또래들은 "이월드가 그를 고용해 장래를 책임져 줬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댓글을 달고 또 달았다. A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군 복무를 마치자마자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 왔다는 사연까지 알려지면서 안타까움도 더했다.
법조계, 노동계는 '이번 사고는 산업재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르바이트 직원이 관행에 따르다 난 사고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근로 현장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고용주의 책임이자 의무다.
매일신문은 이번 사고를 둘러싼 자극적인 가십보다는 사고 원인에 대한 구조적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면서, 이월드가 지금껏 안전보장의 '책임'을 저버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각도로 밝혀냈다. 이월드는 각 놀이기구 조작 현장에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1명씩 만을 뒀다. 그마저도 퇴직금 지출을 아끼려 이들이 업무에 익숙해지기도 전인 11개월마다 계약을 마치는 쪼개기 편법까지 동원했다.
설치 20년이 넘은 노후 놀이기구를 운영하면서 '동네 놀이동산'에도 못 미쳐 보이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두고 운영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심지어 안전 전문 직원이 아니라 아르바이트생들끼리 후임자에게 놀이기구 작동 및 안전교육을 한 정황까지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롤러코스터 탑승 관행을 배운 경로, 사고 당시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목적을 조사 중이다. 이는 사고 발생 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경찰 수사의 초점은 그보다도 근로자 수백 명을 고용하는 기업 이월드가 지금껏 왜 근로현장 위험을 방치했는지, 경영에 무심했거나 무능했던 탓에 관행의 존재를 몰랐던 것인지 등을 밝히는 데 맞춰져 있다. 사측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는 것이다.
스스로 치부를 알았던지 한동안 자신의 민낯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이월드도 뒤늦게 부실한 근로여건 개선에 나서는 한편, A씨 치료와 재활을 전적으로 돕고 수사에도 숨김없이 응하겠다고 밝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이지만 사업주로서 책임과 과실을 인정하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안타깝게도 국내 대다수 산업재해 사고에선 기업이 피해 근로자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산재 인정은 곧 사업주 위법 사실을 시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탓에 숱한 피해 근로자와 가족은 '자기 과실'이라는 오명을 쓰고 보상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평생을 자책과 고통 속에 살곤 한다.
그래서 "이월드가 A씨를 고용해 장래를 책임져 달라"는 시민들의 댓글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입사 5개월 차 A씨는 그것이 위험한 줄도 모른 채 관행을 따랐다. 부디 한순간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고난에 처한 20대에게 '본인이 자초한 실수'라며 비난의 화살을 던지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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