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를 불태우는 등 반중 시위 성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냄에 따라 무력 투입을 통한 진압 여부를 놓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홍콩에서 10분 거리인 선전(深천<土+川>)에서 수천 명의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무장 경찰이 대기 중인데도 주말마다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는 데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 중국의 무력 진압 가능성에 경고음을 보내며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시위에 오성홍기가 불태워지는 등 중국의 주권과 자존심을 건드려 중국 지도부로서는 계속 방관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졌다. 그렇다고 당장 무력을 투입해 홍콩 사태를 진압하기에는 후폭풍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 홍콩 문제를 사실상 연계시킨 데다 영국 등 서구 국가들이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인들의 시위를 지지하면서 중국의 무력 진압은 안 된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고 무력 진압에 나설 경우 대외 신뢰도 추락으로 홍콩의 아시아 금융 중심지 기능이 사라지는 등 중국 경제에 또 다른 타격을 줄 수 있다.
한 소식통은 "중국 지도부는 10월 신중국 건립 70주년 행사의 성공을 위해 그 전에 홍콩 문제를 마무리 짓고 싶어 한다"면서 "하지만 본토 무력 개입은 잘못될 경우 중국 지도부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어 망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중국 지도부는 본토의 무력 투입 가능성을 강력히 경고하면서 시위 확산을 막고 대대적인 시위자 검거 작전 등을 통해 불길을 잡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이나 그렇지 못할 경우 본토 무력을 동원해 강력한 진압 수단을 택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한편, 신학기 개학을 맞은 홍콩의 중고등 학생들과 대학생들이 벌이는 동맹휴학과 21개 업종이 참여하는 총파업이 벌어졌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00여 개 중고등학교, 1만여 명의 학생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송환법 반대 동맹휴학이 홍콩 전역의 학교에서 시작됐다.
홍콩섬 동쪽 끝의 차이완 지역에 있는 사이케이완 공립학교 등 3개 학교의 재학생과 졸업생 등 50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이 일대에서 손에 손을 잡고 수백 미터 길이의 인간 띠를 형성했다. 홍콩 내 10개 대학 학생회도 신학기를 맞은 이 날부터 2주 동맹휴학을 예고하고, 이날 오후 홍콩중문대학 캠퍼스에 모여 집회를 연다.
의료, 항공, 건축, 금융, 사회복지 등 21개 업종 종사자들도 이날과 3일 이틀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홍콩 시위대는 앞으로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 등 '3파 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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