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대구시민의 날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장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장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장

도시는 거의 예외 없이 시민의 날을 두고 있다. 역사적 상징성과 지역 정체성을 상기하는 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한양 천도일을 서울 시민의 날로 정했고, 부산시는 충무공의 부산포대첩 날짜에 의미를 부여했다. 인천과 광주에서는 직할시 승격일을 시민의 날이라 하여 기념하다가 각각 '인천'이란 지명이 처음 등장하고 시민군이 전남도청에 입성한 월일로 바꿨다.

대구 시민의 날은 10월 8일이다. 1981년에 직할시로 승격한 때가 7월 1일이니까 그로부터 꼭 100일째 되는 날이다. 100이라는 숫자가 아주 풍성한 느낌인 데다 10월에 축제가 많고 8이 팔공산을 연상케 해서 그리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딘가 허전하다. 뜻풀이도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시민의 날 관련 조례를 제정해서 운영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으나, 여전히 대내외적 관심과 인지도가 낮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보다 뜻 깊고 지역 연관성이 강한 쪽으로 시민의 날을 재선정하자는 요청이 있어 왔다.

대구시가 문제점을 모를 리 없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수차례에 걸쳐 설문조사하고 계층별 집단토론, 전문가포럼, 시민토론회, 시민원탁회의 등을 실시한 바 있다. 대구시의회에서도 각계각층의 생각을 확인하는 논의 과정을 통해 날짜 변경과 운영 개선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대구시와 대구시의회가 시민의 날에 대한 수정 보완 의지를 상당히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대안 모색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동안 이루어진 각종 조사와 토론회 결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새로운 시민의 날로는 국채보상운동기념일인 2월 21일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대구시에서는 2017년부터 해마다 전국 유일의 소통형 문화행사로 시민주간을 개최해오고 있는데, 그 기간은 대구 출신의 선각자들이 국채보상운동을 제창했던 2월 21일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2월 28일까지이다. 이 가운데 시민주간의 마지막 날에 해당하는 2·28 대구민주운동 거사일은 이미 국가기념일이 되었으니 국채보상운동기념일을 시민의 날로 지정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아주 합리적이고 논리적이고 타당한 얘기다. 대구 정신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날에 시작해 또 하나의 위대한 상징성을 지닌 날에 시민주간을 마무리함으로써 250만 구성원들의 기상과 자긍심을 드높이기에도 최선으로 보인다.

이제 서두를 것은 조례 개정이다. 기존의 '대구광역시 시민의 날 조례'를 (가칭)'대구광역시 시민의 날 및 시민주간 운영에 관한 조례'로 개정해 소통하는 문화마당이 깊이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 시민의 날과 시민주간에 축제 분위기가 도시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내외부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안정적인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시급한 과제이다. 그렇게 대구 색채를 강화할 때 지역 정신의 공유·확산과 재도약의 추동력 확보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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