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제가 된 대구 경상여고 악취 가스 사고는 대구시의 안이한 환경 인식과 정책이 빚은 결과다. 도심 내 산업단지나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등 도시기반시설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과 악취,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계속 이어지는 데도 근본 대책 마련을 미뤄오면서 시민들을 유해 환경에 계속 노출시킨 것이다. 지역 시민단체 주장대로 조례를 통해 엄격한 관리가 가능함에도 손놓고 있다가 피해를 키운 대구시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대구시의 안이한 환경 인식은 지난해 서울시립대에 의뢰한 연구용역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염색산단 등 7개 도심산단 공해(악취 등) 해결 방안'을 주제로 한 이 연구용역 결과가 나온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보고서에는 '제3산단(3공단)의 대기오염이 심각하다'고 적시돼 있다. 하지만 시는 아무런 조치없이 9개월의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다. 문제가 커지자 "성서산단·염색산단 등 7개 도심 산단별 맞춤 대책 수립해 이달 중 발표하려 했다"는 해명을 내놓았으나 늑장 대응 등 대구시의 부실한 환경 정책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꼴이다.
용역 결과를 일부 인용하면 제3산단의 유해대기오염물질 연간 배출량이 6천904㎏으로 성서산단(2만194㎏), 염색산단(7천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제3산단 내에서 발생하는 유해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이처럼 높은 것은 안경 부품 제조나 코팅, 금속, 선반 가공업에서 주로 쓰는 화학물질과 기름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기에다 제3산단에 속하지 않지만 경상여고 주변의 영세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각종 유해물질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문제가 된 경상여고 등 제3산단 인근 지역에서 2017년 이후 11차례나 비슷한 악취 가스 사고가 반복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대구시가 제대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대책 마련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유해물질 유출 사고가 되풀이된 것이다.
뒤늦게 대구시는 제3산단 일대에 관한 특별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시민 불신은 이미 깊어질대로 깊어진 상황이다. 제3산단이 가동된 지 올해로 무려 50년이다. 그런데도 여태 체계적인 환경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대구시의 엄격한 관리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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