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영구미제에 속하는 대구 '개구리소년 살인 암매장 사건'의 재수사 가능성이 관심을 받고 있다.
18일 경찰이 영구미제 중 하나인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를 공개했고, 20일 역대 경찰청장 최초로 민갑룡 청장이 유골 발견 현장 방문을 계획하면서다.
유족들은 대대적 재수사로 범인을 검거하기만을 오랜 세월 고대해 왔다. 비록 공소시효(2006년 3월 25일)는 끝났지만, 범행 이유와 자식들의 사망 원인만이라도 알아야겠다는 게 이유다.
◆개구리소년들 왜, 누구 손에 숨졌나
대구 성서초등학교 어린이 실종·살인 암매장 사건, 일명 '개구리소년 사건'은 '화성연쇄살인사건'(1986~1991), '이형호군 유괴 살인 사건(1991년)'과 함께 국내 3대 영구미제 사건으로 꼽힌다. 이 사건들은 범죄의 잔혹성 탓에 온 국민 공분을 샀으나 끝내 범인을 잡지 못했다.
1991년 3월 26일 제1회 전국 동시지방선거 임시공휴일. 대구 달서구에 살던 당시 성서국민학교 학생 우철원(당시 12세·6학년), 조호연(11·5학년), 김영규(10·4학년), 박찬인(9·3학년), 김종식(8·3학년) 군이 와룡산에 "도롱뇽알을 잡으러 간다"며 떠난 뒤 실종돼 돌아오지 않았다.
실종 당일 경찰(당시 달서경찰서)은 '단순 가출'로 판단, 실종·납치를 의심하는 가족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실종이 장기화하고 어린이 5명이 한꺼번에 범죄에 연루됐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사건이 매스컴에 알려지는 등 전 국민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집중 수색을 주문하면서 군·경 연인원 35만명이 현장에 투입, 대대적 수색을 벌였으나 범행 실마리는커녕 실종자들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국민 관심을 반영하듯 영화 '아이들'(2011), '돌아오라 개구리 소년'(1992)을 비롯해 방송, 도서 등 다양한 매체가 사건의 의혹을 다뤘다.
실종 10년여 만인 2002년 9월 26일, 살인 공소시효(15년)를 4년 앞두고 마을에서 약 3.5㎞ 떨어진 와룡산 새방골 땅속에서 5명의 유골이 발견됐다. 경북대 법의학팀이 유골을 감식해 "두개골 손상 등 흔적이 확인됐다"는 중간발표를 내놨고, 일부 어린이의 옷 소매가 등 뒤로 강하게 묶여 있어 타살됐다는 추정이 나왔다.
그러나 범행현장 어디에도 범행 도구나 범인의 DNA 등이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결국 용의자를 의심하는 시민들 신고 1천500여 건을 바탕으로 수많은 참고인을 조사했으나 매번 허탕이었다.
결국 2006년 3월 25일로 공소시효가 끝났다. 경찰은 용의자 해외 도피로 인한 공소시효 연장 가능성을 고려해 성서경찰서에서 수사전담팀을 운영하다 지난 4월 25일 해당 사건 기록을 대구경찰청 미제사건전담수사팀에 옮겨 내사를 이어가고 있다.

◆'범인 검거' 가능성 관심, 수사 쟁점은?
지난 3월 민갑룡 경찰청장이 '재수사 검토' 뜻을 밝혔지만, 경찰은 현재까지 확보한 증거만으로는 범인 특정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찰에 따르면 개구리소년 유골 발견 현장에서 나온 유류품 가운데 범인 DNA를 확인할 물증이 없는 것이 가장 큰 한계로 지목된다. 사망자들의 머리카락이나 손톱, 피부조직조차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었고 옷가지에서도 외부인 세포조직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범행 도구나 수법도 특정하지 못했다.
유골 발견 후 40일간 개구리소년 사인을 조사한 경북대 법의학팀은 당시 중간보고 기자회견을 통해 "예리한 흉기나 둔기로 타살됐다"고 밝혔다.
법의학팀에 따르면 3명의 어린이 두개골에서 구멍과 긁힌 자국이 나타났고, 실종 당시 사망해 유골 발견 현장에 바로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도구로 보인다는 소견 외에는 어떤 것도 드러나지 않았다. 법의학팀은 이후 담당 교수 퇴직 등을 이유로 최종 결과보고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아울러 범인 1명이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 5명을 일시에 제압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공범 존재 여부도 쟁점이다. 경찰은 범행 수법을 봤을 때 단독범행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경찰은 이번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를 특정한 것처럼 유류품과 발굴 현장 흙 속 DNA 존재를 재조사하는 한편, 그간 모은 제보와 참고인 진술 등 수사 기록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김경호 대구경찰청 미제사건전담수사팀장은 "물적 증거 확보 또는 유력한 제보, 범인 자백 등을 고대하고 있다. 경북대 법의학팀에 최종 보고서도 꾸준히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가족 "영구미제 해결, 범인 검거 희망"
유가족들은 이번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공개를 계기로 재수사를 통한 범인 파악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유족들은 실종일인 3월 26일마다 유골 발견 현장에서 (사)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모임 등 도움으로 추모제를 지내 왔다.
이들은 20일 현장 추모 목적으로 대구에 방문하는 민갑룡 경찰청장과 만나 재수사 등을 요청할 방침이다. 자리에는 우종우(우철원 군 아버지), 김현도(김영규 군 아버지), 박건서(박찬인 군 아버지) 씨가 참석한다. 조호연·김종식 군의 가족은 참석 여부를 고심 중이다.
이들은 평균 연령 60~70대로 고령이라 크고 작은 병을 얻은 데다, 오랜 기간 진상 조사를 요구한 자신들을 국민들이 부정적으로 바라볼까 두려워 지금껏 공식 석상에 제대로 나서지 못했다.
유족 대표 우종우 씨는 "지난달 민 청장과 만나 재수사에 대한 가족들 염원을 전달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발견 소식에 우리 또한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져볼까 한다"고 했다.
박건서 씨는 "최근 수년간 무릎 관절과 허리가 다 상해 추모식 참석은 꿈도 못 꿨다. 이젠 다 포기하다시피 했지만, 경찰이 부디 유족들 숙원을 풀어 줬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조호연 군 어머니 김순영 씨도 "다섯 아이 억울한 죽음의 의혹을 30년 가까이 풀지 못했다. 범인을 찾을 수만 있다면 왜 그랬는지 라도 꼭 듣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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