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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돼지열병과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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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옛날 탁리국에서 왕의 시녀가 아이를 낳았는데 왕이 아이를 죽이려고 돼지우리에 버렸다. 그러나 돼지가 입김을 불어넣어 죽지 않았다. 돼지가 살려준 아이가 부여(夫餘)를 건국한 동명(東明)이다. 중국 후한의 왕충이 쓴 '논형'(論衡)에 나오는 부여의 건국신화다. 부여는 돼지와 깊은 인연을 가진 나라였다. 말, 소, 개, 돼지 등의 이름을 따서 마가(馬加) 우가(牛加) 구가(狗加) 저가(猪加)와 같은 관명(官名)을 만들었다.

돼지는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동물 중 대표주자다. 복과 다산(多産)을 상징한다. 돼지꿈을 꾸면 좋다고 여기고, 복권 당첨자 중에 돼지꿈을 꾼 사람들이 적지 않다. 돼지고기도 좋아해 소비량이 닭고기, 소고기를 능가한다.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 사육 두수가 1천227만 마리에 이르는 양돈업계가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소·돼지 350만 마리를 살처분한 2011년 구제역 악몽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돼지열병으로 9개월 동안 전체 돼지의 3분의 1인 1억3천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중국 돼지고기 값이 지난 2월보다 90% 이상 뛰었다. 확산을 막지 못하면 한반도에서 돼지가 멸종되고 양돈산업이 끝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를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

돼지열병이 연천·파주 등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것을 두고 북한에서 넘어온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에서 내려온 야생 멧돼지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올 초부터 노동신문에 돼지열병 관련 기사가 보도됐고, 북한이 이례적으로 국제기구에 발병 사실을 보고했다는 점으로 볼 때 북한에 돼지열병이 확산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부가 지난 5월 북한 돼지열병 발생 확인 후 북측에 방역 협력을 제안했지만 응답을 하지 않은 것도 의심스럽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향해 지극정성을 다하는데도 북한은 툭하면 미사일을 쏘고, 입에 담지 못할 험한 말로 되갚고 있다. 이제는 돼지열병 유입 경로 의심까지 사고 있다. 이래저래 북한은 화근(禍根)덩어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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