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농업이 경쟁력이다]30.농부-도시인 교류와 직거래

‘다베루통신’ 다카하시 히로유키 대표의 도시농업

다베루통신 표지
다베루통신 표지

'다베루통신(東北食べる通信)은 농산물과 어산물 정보와 생활정보를 담아 발행하는 월간 정보지다.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어촌 사람'과 '소비하는 도시사람'을 연결하는 잡지라고 할 수 있다. 먹을거리와 가격 정보만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누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했으며, 그 과정에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싣는다.

마찬가지로 농민이 출하한 농산물을 ◯◯도시에서 소비했다'가 아니라, 누가 사서 어떻게 요리하고(자신만의 요리법도 소개한다), 누구랑 언제, 무슨 이야기를 나누며 먹었는지 등 이야기를 매월 한두명씩 선정해 잡지에 싣는다.

다베루통신 다카하시 히로유키 대표는 "먹을거리와 돈의 교환이 아닌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이 잡지의 발행 목표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 지원이 아닌 공감과 연대를 통해 참여를 확산하자는 것"이라고 밝힌다.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간 소통창구 역할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다베루통신 잡지와 함께 제공하는 식자재.
다베루통신 잡지와 함께 제공하는 식자재.

◇ 농촌과 도시 교류로 이웃 만들기

2013년 창간한 다베루통신은 2011년 일본동북대지진 때 복구현장에서 도시인과 현지인이 협력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협력과 교류를 지속할 수 없을까' 고민한 끝에 시작한 정보지다.

2019년 9월 현재 일본에 37개, 대만에 4개 지역에서 각각 발간하고 있다. 운영자는 농민, 주부, 학생, 출판사 등 다양하다. 모든 타베루통신은 '다베루통신 리그'로 묶여 있지만, 각각 별도의 편집부를 두고 독자적으로 제작, 배포한다. 정보지를 발행할 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교류하는 이벤트와 현장을 방문해 수확, 어획, 출하를 돕는 현지체험 행사도 펼친다.

'태풍에 벼가 쓰러졌는데, 일손이 부족하다. 올해는 과일이 풍년이 값이 많이 떨어질 것 같다.' 등 농민이 당면한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담는다. 사연을 접한 도시인들은 개인 혹은 단체로 농촌을 방문해 일을 거들고, 농산물을 구입하기도 한다.

다베루통신은 곤란에 처한 농가를 방문해 일을 거들어본 도시인들이 소비자가 되고, 그들이 홍보인이 되어 주변 도시인들에게 자신이 아는 농가나 시골 마을의 농산품을 알려 참가자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렇게 거래되는 농산물은 "◯◯지방에서 생산한 배추가 아니라 홍길동씨가 올 가을에 생산한 배추"가 된다.

대구도시농업박람회 기간 대구를 방문한 다카하시 대표(왼쪽)와 통역을 맡은 강내영 박사(도시농업 전공)
대구도시농업박람회 기간 대구를 방문한 다카하시 대표(왼쪽)와 통역을 맡은 강내영 박사(도시농업 전공)

◇ 농산물을 모른다는 것은 내몸 무시

다카하시 대표는 "도시 아이들은 채소나 과일이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음료캔이 나오듯 식탁 위에 오르는 줄 안다. 농산물을 누가. 어떻게 재배했는지 전혀 모른다. 그래서 도시인들에게 식사는 마치 주유소에서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행위처럼 돼 버렸다. 먹을거리를 수확 혹은 어획하는 사람, 먹을거리가 자라는 과정을 아는 것은 내 몸과 식사를 소중히 여기는 의미를 지닌다. 농부 역시 자신이 생산한 작물을 도시인들이 어떻게 요리하고, 누구와 어떤 자리에서 먹었는지를 알 때 더 나은 채소, 더 나은 과일을 만들고, 더 정성을 쏟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다카하시 대표는 "우리 몸은 먹는 음식으로부터 얻은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3일만 지나도 3일전의 몸과 달라진다. 1년이 지나면 신체 분자의 97%가 바뀐다.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살기 위해 영양을 섭취하는 차원이 아니라 내 몸을 새롭게 하는 신성한 의식이다. 먹는다는 것은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행위가 아니라 내 몸을 만드는 행위다. 그러니 먹을거리와 먹을거리를 생산한 사람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 평소 건강을 지키려면 농부를 만나라

다베루통신은 농산물 유통 앱 '포켓 마르쉐'도 운영한다. 생산자가 직접 상품명, 생산방법, 생산지역, 판매가격 등을 올리고, 소비자는 희망하는 농산물을 구입하는 직거래 플랫폼이다. 직거래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간격을 줄이고, 나아가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신뢰와 연대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일본 전역에서 농민 1천800명이 가입해 있는데, 4만 명까지 확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 사회는 농촌과 도시, 어촌과 도시과 확연히 구분돼 있다. 그래서 한쪽은 다른 한쪽을 모른다. 익명 사회다. 그렇다고 이 복잡하고 거대한 사회에서 모두가 알고 지낼 수는 없고, 모든 거래가 대면 거래일 수도 없다. 다베루통신은 '익명의 사회'에 '대면성'을 부여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이웃'이 되자고 말하는 잡지다. 벼나 채소, 과일을 직접 기르지 않지만, 또 하나의 '도시농업'을 실천하는 셈이다.

다카하시 대표는 "몸이 아프면 의사를 만나야 하지만, 평소 건강을 잘 지키려면 농부를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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