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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 엽공호룡(葉公好龍)-겉과 속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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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옛날 엽공(葉公)이라는 자가 있었다. 용(龍)을 너무 좋아해서 장신구, 그릇, 담장 등 온통 용 그림으로 떡칠을 하고 살았다. 그의 용 사랑은 하늘의 용에게도 전해졌다. 어느 날 하늘의 용이 그의 집을 찾았다. 용이 그의 집 창문에 머리를 들이밀자마자 그는 기겁을 하고 도망갔다. 엽공이 용을 좋아한다(好)는 '엽공호룡'(葉公好龍)의 유래다.

엽공이 겉으로는 용을 좋아하는 척하지만, 실은 용을 싫어했다는 뜻으로 쓰인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말이다. 집에서는 폭군인 자가 남녀평등을 말하고, 은밀하게 특권을 누리는 자가 겉으로는 공정과 정의를 이야기하고, 자기 나라에 온 외국인을 차별하는 자가 인종차별을 비난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엽공이 실존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의 심제양(沈諸梁)이 바로 그이다. 그는 관리로 있는 동안 백성들에게 선정을 폈다. 공자(孔子)도 그를 찾아 나라와 백성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가르침을 받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는 엽현(葉縣) 지방을 다스린 적이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엽공이라 높여 불렀다. 하지만 기득권 세력들은 그의 백성을 위한 선정에 심히 불편했다. 기득권 세력들은 그를 폄하하고 비난하기 위해 '엽공호룡'이라는 말을 만들어 퍼뜨렸다. 엽공은 얼마나 억울했을까.

지금 중국에서는, 아니 세상에는, 엽공의 공적은 잊히고 엽공호룡의 이야기만 남아 있다. 예나 지금이나 기득권을 혁파하고 개혁을 꾀하던 사람들이 기득권자들로부터 엽공호룡으로 힐난받는 경우가 많다. 최근 검찰은 한편에서는 과잉수사로 비난받고, 한편에서는 공정수사로 칭찬받고 있는 것 같다. 공정수사로 검찰 개혁을 실천하고 있는 것일까. '척'하면서 검찰 개혁을 또 뭉개려는 것일까. 궁금하다. 검찰이 자기 보신을 위해 '엽공호룡'하는 것이 아니고, 참된 엽공의 공적을 따르기를 바란다.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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