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천절 낀 연휴 태풍…대구경북 행사 연기·취소

지난주는 태풍 '타파', 이번 주는 태풍 '미탁'…관광·공연업계도 '울상'

연이은 가을태풍으로 나들이를 계획했던 시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주 태풍 타파가 오면서 비 내리는 도심 모습. 연합뉴스
연이은 가을태풍으로 나들이를 계획했던 시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주 태풍 타파가 오면서 비 내리는 도심 모습. 연합뉴스

"지난 주는 태풍 '타파', 이번 주는 '미탁'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연이어 오는 가을 태풍 소식에 행사나 나들이 계획을 세웠던 시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하필이면 3일 개천절과 4일 학교 재량휴업일, 그리고 주말까지 이어지는 4일간의 '황금연휴'에 강한 태풍이 대구경북을 관통할 예정이어서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황금연휴를 앞두고 가족 여행을 계획했던 이동무(61) 씨는 태풍 '미탁'이 온다는 소식에 하는 수 없이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외국에 사는 딸과 사위가 방문해 온 가족이 충북으로 여행을 갈 계획이었는데, 태풍 경로 상 중부지역도 많은 비가 예상된 탓이다.

안동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이 씨는 "태풍 피해로 사과 작황도 안 좋은데 10월까지 태풍이 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여행 일정을 취소해서 아쉽기도 하지만 과수 피해가 걱정돼 농장을 비울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선선한 가을을 맞아 곳곳에서 준비 중이던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대구 수성구 새마을운동 관련 단체가 주관하는 새마을지도자 전진대회는 3일 수성구 고모동 동대사에서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었다가 행사를 6일로 연기했다.

같은 날 1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릴 예정이던 '개교 113주년 계성중고교 총동창회 가족 체육대회'도 6일로 연기됐다. 오달헌 계성중고교 총동창회 사무총장은 "비만 오면 행사를 강행하려 했는데 태풍이 닥친다기에 고민이 많았다"며 "동문 가족의 안전을 생각해 결국 행사 연기를 결정했다"고 했다.

경북 울진군도 3~6일로 예정돼 있던 '제16회 울진금강송송이축제와 친환경농산물 축제'를 이틀 연기해서 5~7일에 축소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 개막식은 5일 오후 3시에 펼쳐진다. 방형섭 울진군 산림녹지과장은 "태풍과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여러 악재 탓에 불가피하게 축제 일자를 변경하게 됐다"고 주민들의 양해를 구했다.

야외행사를 급히 실내 행사로 변경하는 사례도 많았다. 수성구 황금2동 주민들이 한데 어울리는 '황금들녘' 축제는 3일 황금중학교 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가, 학교 강당으로 급히 장소를 바꾸고 행사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주말마다 비가 쏟아지다 보니 관광·공연 업계에서는 '이제부터는 기후 변화에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전 세계적인 기온 상승의 영향으로 장마철인 7~8월뿐만 아니라 9~10월 가을 태풍이 앞으로 더욱 잦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

대구 한 공연·기획업계 관계자는 "연중 가장 바쁜 시기인 9월과 10월 초에 벌써 3차례 태풍이 들이닥치며 공연 취소나 연기가 줄을 잇고 있다"며 "거의 해마다 악재가 이어졌지만 올해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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