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기가 되고 싶어 태어난 동물은 없습니다/박김수진 지음/씽크스마트 펴냄

2일
2일 '세계 농장동물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열린 '생매장 살처분 중단 및 채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동물가면을 쓴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고기가 되고 싶어 태어난 동물은 없습니다'는 동물권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동물권 입문서다. 연합뉴스

최근 폐사율이 거의 100%에 달한다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국내에서 처음 확인되자 벌써 수천마리 돼지가 살처분되고 있다. 지난 2010~2011년 구제역 사태때는 약 300만 마리의 동물이 생매장되는 비극이 있었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동물을 살처분하는 것을 중단할 방법은 없을까?

조류독감, 돼지독감 등 바이러스성 질환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원인은 근본적으로 공장식 밀집사육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으로 동물의 면역력과 건강이 파괴되는 동물 학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를 더 넓혀야 한다.

'고기가 되고 싶어 태어난 동물은 없습니다'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낯선 권리 개념인 동물권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동물권 입문서다.

◆채식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

책은 동물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철학과 사상의 흐름, 농장동물과 실험동물이 겪는 처참한 현실, 일상용품이나 전시물로 희생되는 동물 문제,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육식주의 이데올로기의 문제, 비인간동물(인간이 아닌 동물)에 대한 이중 잣대의 모순과 이중인식의 정체 등을 다루고 생명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바탕으로 동물에 대한 이중인식을 극복하는 방법 등 담고 있다.

또 지은이가 비인간동물에 대해 갖는 인간동물의 '이중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원인과 이중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에서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을 시도한 적이 있거나, 채식을 하고 있는 열 명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기록으로 '무엇'보다는 '왜'를 파고들며 핵심을 찌르는 질문과 5만자에 달하는 분량 등 동물권 관련 국내서 가운데 최초로 시도된 작업이다.

인터뷰 기록은 동물권에 대해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심자, 동물권이라는 주제에 대해 어떤 방향이든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들, 이성적 혹은 윤리적 입장을 세우지 못한 채 연민하는 마음으로만 동물을 보는 사람들, 지식과 정보는 어느 정도 있으나 논리를 더 확장해나가지 못하는 사람들, 동물권에 대한 정보와 지식은 상당하지만 비거니즘을 실천하면서 벽에 부딪힌 경우 등 저마다 다른 입장에서도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고 참고삼을 가치가 있는 자료다.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

책에서 지은이는 '인간'을 '인간동물'로, '동물'을 '비인간동물'로 지칭한다. 동물이라는 범주 안에 인간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인간이 얼마나 인간중심의 정의와 해석에 익숙해져 있는지, 얼마나 많은 동물이 인간에 의해 대상화, 도구화되어 왔는지 드러내려는 의도에서다.


우리는 왜 동물을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로 나누고, 비인간동물 중에서도 착취할 수 있는 동물과 사랑해 마지않는 동물로 나누는가, 왜 우리 사회는 똑같은 종인 개를 두고도 '반려동물'과 '식용견'으로 나누는가. 어떻게 인간은 양 목장에 관광하러 올라가서 양을 귀여워하다가 내려와서는 아래에서 판매하는 양고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을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낮에는 구제역으로 생매장당하는 돼지들을 보며 눈물짓다가 저녁이 되면 황사로 칼칼해진 목을 위한다며 삼겹살집에 들러 즐거운 회식 시간을 보낼 수 있는가. 비인간동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태도는 일관적이지 않다. 이러한 이중 인식과 태도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비인간동물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일관성을 가질 수 있을까.

싸움닭의 말로는 비참하지만, 싸움판 위에 오르기 전까지 투계들은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햇빛을 만끽하고, 사람들보다도 나은 음식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치맥'용 닭은 "상상 못 할 정도로 불결한 환경에서 지내는 동안 다리가 쑤시고 폐에 통증을 느끼며, 하늘은 구경도 못 하고, 풀밭을 거닐거나 교미하거나 벌레를 잡아먹지도 못한 채 매일 넌더리 나는 먹이를 42일간 받다가 비좁은 상자에 담겨 트럭에 실린 후 공장으로 이동해서는 거꾸로 매달린 채 감전사당해 목을 잘리게" 된다. 어떤 닭의 일생이 더 나은 걸까. 말하자면 투계꾼이 더 나쁜가, 치맥에 열광하는 우리가 더 나쁜가. 동물학대 가해자의 범주 안에 나는 없었는가, 없는가, 없을 것인가.

이 책은 지은이가 자신에게 또 독자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23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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