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SRT 객실에서 상영하고 있는 '내추럴 대구'라는 제목의 대구시 관광홍보 영상물에 한글 대신 영문이 가득하다. 그나마 문법적으로 틀린 표현이 많아 졸속 제작물이라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Daegu never knew'(대구는 전혀 몰랐다)로 시작해 'Discover different natural Daegu'(다른 내추럴 대구를 발견하세요)로 끝나는 31초 분량의 영상물이 특히 그렇다.
영문학자들은 '내추럴 대구'라는 표현부터 틀렸다고 지적한다. 'Daegu never knew'와 'Discover different natural Daegu'도 영어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만 있는 사람이라면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러니 대구시 내부에서조차 '부끄럽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 행정기관의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과 한글 파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성알파시티' '이시아폴리스' '테크노폴리스' '엑티브시니어' '스마트 웰니스' '스타트업 어워즈' 등 지역이나 장소는 물론 행사와 공연의 명칭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외래어가 범람하고 있다. 'Colorful Daegu' 'Pride Gyeongbuk' 'Yes Gumi' 등 도시마다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징적 이름부터가 그렇다. 홈페이지에서도 영어식 명칭이나 형용사를 빼면 차라리 소통이 어려울 지경이다.
이 같은 외래어 남용은 주민의 일상에도 보편화되었다.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아파트 명칭만 봐도 그렇다. '월드마크웨스트엔드' '해링턴플레이스' '뉴타운아이파크위브' '힐스테이트' '더샵' '센트레빌' '위브더제니스' '보네르카운티' '베르디움' 등등. 뜻모를 외래어의 춘추전국시대이다.
영어는 물론 국적 불명의 외래어로 얼룩진 우리말과 글의 현주소는 가히 요지경이다. 관공서는 물론 방송과 언론에서조차 이렇게 왜곡된 현상을 자성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되레 혼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우리 문화에서 비롯된 한류가 지구촌을 강타하는데 우리 안에서는 겨레의 얼이 담긴 한글이 왜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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