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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 카피에도 표정이 있다

광고 카피에도 그것을 담는 그릇(디자인)이 있다. 사진: ㈜빅아이디어연구소 제공
광고 카피에도 그것을 담는 그릇(디자인)이 있다. 사진: ㈜빅아이디어연구소 제공

"새로운 음반을 만들어내는 창작의 작업은 제게 살이 아리고 뼈를 깍는듯한 고통의 연속이었음을 고백합니다."

1996년 1월 31일. 은퇴 기자회견에서 서태지가 한 인터뷰이다. 그때는 어려서 몰랐다. 창작이라는 것이 서태지가 말한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인지. 아이러니하게도 필자 역시 창작의 고통을 만끽할 수 있는 광고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다. 글로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하는 카피라이터가 바로 그런 직업이었다.

카피라이터지만 여전히 카피쓰는 일이 힘들고 고되다. 그래서 필자는 양으로 승부를 보는 편이다. 아이디어노트에 수백 가지의 카피를 써보고 좋은 것을 찾아가는 식이다.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 터득한 방법이 하나 있는데 바로 글을 담는 그릇이다. 즉 똑같은 글이라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그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여기서 그릇은 바로 디자인을 의미한다. 그리고 디자인은 그 말의 표정이 된다. 카피를 어떤 디자인에 담느냐에 따라 글의 표정이 달라지는 것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대구시 의회 광고 카피를 쓸 때 필자는 평범한 글을 썼다. '시민의 작은 소리도 크게 듣겠습니다'가 바로 그것이었다. 누군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을 법한 평이한 카피였다. 그래서 이 카피에는 더욱 선명한 표정이 필요했다. 사람들이 이 카피를 더 좋아할만한 매력적인 표정 말이다.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겠다'는 메시지니 디자인을 점점 커지게 한 것이다. 그랬더니 마치 오선지 위의 음표처럼 점점 크게 말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말 그대로 시민의 작은 목소리를 크게 듣는듯한 느낌이 났다. 평이한 광고 카피가 제대로 된 그릇을 만난 것이다. 이렇듯 카피에는 자기에게 맞는 그릇이 따로 있다. 자기 몸에 맞는 그릇을 만날 때 그 글은 더욱 빛난다. 그리고 미소 짓는다.

카피라이팅은 늘 어렵다. 하지만 평이한 글이라도 그것이 맞는 그릇을 찾아보라. 당신의 카피가 빛날 것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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