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셀카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카메라를 메고 오롯이 홀로 시간을 소비할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아무 곳에 앉아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기도하고 오래된 전봇대 사이를 비집고 싹을 낸 잡초에 나만의 이름을 하사하기도 한다. 무엇을 하기 위해 쫓기던 시간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즐겁다. 또 사진작가라도 되는 양 바닥에 누워가며 똑같은 대상을 이리저리 구도를 바꿔가며 찍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만 나에게는 의미 있는 것들을 사진으로 담기도 한다. 또 다른 사진의 매력은 촬영이 끝나고 찍은 사진을 확인할 때이다. 분명 잘 찍었다고 생각했던 사진도 기대이하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날의 베스트는 항상 예상을 빗겨 간다. 그래서 사진은 찍을 때와 확인할 때, 두 가지 즐거움을 준다.
한참을 멋모르고 사진을 찍다가 카메라에 표시된 여러 기능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마침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그룹레슨에 함께 하게 되었고, 화이트밸런스, 조리개, 셔터스피드 등 이것저것 카메라를 다루는 방법을 알게 되자 더욱 흥미가 생겼다. 마치 연극을 처음 배웠을 때처럼 가슴이 뜨거워졌다. 종종 듣게 된 '사진 잘 찍는다' 라는 칭찬은 고래만큼은 아니지만 나를 춤추게 했다. 타인에게 받는 인정은 또 다른 타인과 나를 비교하게 만들었고 나를 기준으로 수직으로 줄을 세우기 시작했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더 잘하고 싶다는 욕망의 늪에 빠져 즐거움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마치 어떤 기준을 넘는 수준에 달해야하는 프로사진작가가 된 것 같았다.
"왜이래? 아마추어 같이. 프로답게 해!" 공연을 준비하며 실수하거나 긴장하고 있을 때 흔히 듣던 말이다. 도대체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뭘까? 아마추어(amateur)는 라틴어로 '사랑'을 뜻하는 아모르(amor)에서 유래했다. 어떤 일을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을 뜻한다. 프로는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의 준말로 라틴어로 '고백하다', '공표하다', '선언하다'를 뜻하는 프로페시오(professio)에서 유래했다. 그래. 프로연극인이라면 실수하거나 긴장해선 안 될 것이다. 프로라고 고백한 만큼 수준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두 단어는 수준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어쩌면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비교를 통한 수준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못된 착각일 수도 있다. 사진을 처음 배웠을 때처럼, 연극을 처음 배웠을 때처럼 순수한 눈빛으로 열렬히 사랑했던 그때가 그립다.
"나는 연극을 사랑합니다" 라고 선언하여 '프로아마추어'가 되어야겠다. 원하지도 않던 프로라는 족쇄에 매여 즐거움을 잃을 순 없으니까.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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