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이들은 책으로 자란다'..대구 도서관들의 다양한 시도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각 도서관에선 책을 가까이 할 수 있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도서관을 찾으면 독서 프로그램 외에 각종 문화 행사와 강좌도 접할 수 있다. 대구 남부도서관을 찾은 유아들 모습. 대구 남부도서관 제공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각 도서관에선 책을 가까이 할 수 있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도서관을 찾으면 독서 프로그램 외에 각종 문화 행사와 강좌도 접할 수 있다. 대구 남부도서관을 찾은 유아들 모습. 대구 남부도서관 제공

책에서는 특유의 냄새가 난다. 종이가 내는 은은한 향이다. 잉크와 어우려져 더 독특하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오래 된 책에선 그 향이 더 진해진다. 책을 구한 곳과 읽은 곳, 책 모습과 내용, 종이를 만지는 촉감과 서체까지 향기와 더불어 기억에 남는다. 깊어가는 가을, 책을 잡기 좋은 계절이다.

도서관은 책을 접하기 좋은 곳이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상관 없다. 도서관을 찾는 수고만 잠시 하면 족하다. 이젠 도서관이 책만 보고, 빌려주는 곳은 아니다. 책 읽기 교육부터 인문학과 향토문학을 소개하는 공간,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체험의 장 등 지식과 정보의 안내자로 진화하고 있다.

◆남부도서관, 유아 대상 책 서비스 시도

대구 남부도서관은 지역 유치원에
대구 남부도서관은 지역 유치원에 '맞춤형 독서 꾸러미 대출 서비스'를 지원한다. 독서 꾸러미에 담기는 책들. 대구 남부도서관 제공

대구 남부도서관(관장 조태환)은 예비 초등학생이라 할 수 있는 유아들을 위해 독서 서비스를 마련했다. 유아들이 교과 과정을 이해하고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유아 교육기관과 연계해 '맞춤형 독서 꾸러미 대출 서비스'를 운영한다.

맞춤형 독서 꾸러미는 초교 1학년 통합과목인 봄, 여름, 가을과 관련된 책 40종으로 구성했다. 어린이 도서 연구회, 학교도서관협회, 한국도서관협회 회원과 사서 등이 추천한 책 가운데 선정한 것이다.

이 꾸러미에 포함된 책은 대구 미래 역량 교육 중점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창의융합적 사고 역량 14종(과학, 창의 융합도서)을 비롯해 ▷자기관리 역량 6종(자기주도, 안전, 생명 존중 관련 도서) ▷공감 소통 역량 36종(교우 관계, 사회성, 효 관련 도서) ▷공동체 역량 14종(지역사회, 우리고장, 나라사랑 관련 도서)으로 나눠볼 수 있다.

'학교 처음 가는 날(김하루 지음)', '1학년이 되었어요(차태란 지음)', '100살 넘게 먹은 우리 학교(엘렌 라세르 지음)', '봄 숲 놀이터(이영득 지음)', '비오는 날이 좋아졌어요(아그네스 라로쉬 지음)' 등이 꾸러미에 포함됐다. 최근 드림유치원, 룸비니유치원, 아름그루유치원에 이 책 꾸러미가 전달됐다. 이들 유치원은 책을 이용한 뒤 2개월 내로 반납하면 된다.

남부도서관은 또 유아들이 초교 입학 후 지속적으로 독서 꾸러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한다. 내년 초에는 1학년 통합과목과 관련된 책 30종을 추가로 선정, 초등학교와 연계해 독서 꾸러미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조태환 관장은 "이 책들은 지식에 치우친 내용이 아니라 생활과 직접적인 경험을 접목한 것들이다. 유아들이 쉽게 이해하고 창의융합적인 사고력을 기르면서 독서의 생활화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들로 골랐다"며 "자라나는 학생들을 위해서 도서관에 도움을 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서부도서관, 향토 문학 알리기에 앞장

대구 서부도서관의
대구 서부도서관의 '대구문학로드 투어' 모습. 대구 서부도서관 제공

1950년대 대구에는 '문학의 꽃'이 활짝 피었다. 6·25 전쟁으로 인해 밀려든 피난민들 속에는 예술인들도 많았다. 향촌동은 한국 문학의 중심 역할을 했다. 대구 서부도서관(관장 허경자)은 향토 문학의 발자취를 찾고 챙기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서부도서관에는 향토문학관이 있다. 2002년 만들어진 이곳은 대구경북 문인들의 창작 자료(도서, 육필 원고, 동인지) 1만6천500여 점을 소장 중이다. 향토문학관 내 향토를 빛낸 문인 코너에선 이장희, 현진건, 이상화, 백기만, 이육사, 이호우, 김동리, 박목월, 조지훈, 이응창 등 작고한 문인 10명의 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

공간만 덩그러니 마련해둔 게 아니다. 서부도서관은 다양한 행사로 향토 문학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다. 이달 31일까지는 도서관 1층 갤러리실에서 대구 지역 향토 문인의 육필 원고와 책을 전시하는 '육필의 향기로 대구문학을 읽다' 전시회를 연다.

대구 서부도서관이 진행하는
대구 서부도서관이 진행하는 '육필의 향기로 대구문학을 읽다' 전시회 홍보 포스터.

지난달에는 향토 문인 작품 독후감상문 공모전도 열었다. 초교생(3~6학년)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행사였다. 초등부는 '용구 삼촌(권정생 지음)' 등 5권, 중학생부는 '마당 깊은 집(김원일 지음)' 등 5권 중 한 권을 읽고 감상문을 쓰도록 했다.

문학기행도 서부도서관이 진행하는 행사 중 하나. 지난 6월엔 시민 2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구문학로드 투어'를 운영했다. 대구문학관에서 출발해 1950년대 인쇄출판문화의 산실 '문성당 출판사', 구상 시인의 '초토의 시' 출판 기념회 장소였던 '꽃자리 다방', 김원일 작가 '마당 깊은 집'의 문학체험관 등을 돌아봤다.

허경자 관장은 "우리 아이들이 향토 문인 독후감상문 공모전을 통해 향토 문학에 대한 관심과 지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길 기대한다"며 "대구문학로드 투어 때 돌아본 곳들도 시민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북부도서관, 수요자 중심 프로그램 다양화

대구 북부도서관은 다양한 기관과 적극적으로 연계해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ICT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도 관심이 많다. (주)KT와 손잡고 운영한
대구 북부도서관은 다양한 기관과 적극적으로 연계해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ICT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도 관심이 많다. (주)KT와 손잡고 운영한 '헬로우! 코딩 로봇 드림리그' 모습. 대구 북부도서관 제공

대구 북부도서관(관장 이해령)은 '2019 전국 도서관 운영 평가'에서 올해의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돼 이달 중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단순 학습, 열람을 위한 공간을 넘어 이용자 중심의 도서관으로 탈바꿈한 덕분이라는 게 도서관 측의 설명이다.

북부도서관은 외관부터 새 단장했다. 2017년 전면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내진 보강, 외벽과 창호 교체, 냉난방기와 LED 조명등 교체 등 환경을 바꾸는 데 신경을 썼다. 이와 더불어 무인 대출 반납 시스템도 구축했다.

더욱 공을 들인 부분은 내부를 다시 꾸미고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과정. 아이 패드와 교육용 올레 TV 등 첨단 기기를 활용해 정보통신기술(ICT) 체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종합자료실을 확장, 교과 연계 독서자료 코너와 디지털 코너 등을 정비했다. IT기기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무선 중계기 및 통신 환경도 조성했다.

각 기관의 공모 사업에도 관심을 쏟았다. 그 덕분에 ▷문화체육관광부의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의 '웹툰 아카데미 예비작가 과정' ▷대구 북구청의 여행 영어 등 '직장인 야간 강좌'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도서관과 함께 책 읽기 사업' 등을 운영할 수 있었다.

㈜KT와 손잡고 ICT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헬로우! 코딩 로봇 드림리그' '주니어 AI(인공지능) 아카데미' 등 25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해령 관장은 "이용자를 우선으로 생각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 덕분에 상을 받게 됐다"며 "앞으로도 독서·문화 프로그램뿐 아니라 ICT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해 지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도서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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