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농업이 경쟁력이다]31. 대구에도 도시농업 공원 조성을

2020년 7월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대구시가 장기 미집행 공원 38곳 중 20곳(300만㎡)을 우선조성대상지로 선정, 매입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8월 발표했다. 이에 따라 향후 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도시에서 농촌생활을 경험하고 싶은 시민들과 도시농업전문가들은 대구시가 매입하는 공원부지 중 일부에 도시농업체험원이나 도시농업공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도시농업공원이 전무한 도시

대구에는 현재 도시농업공원이 한곳도 없다.

공원일몰제를 앞두고 대구시가 도심공원우선조성대상지를 선정한 만큼, 도시공원 부지 중 공원환경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도시농업체험원' 혹은 '도시농업공원'으로 조성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도시농업공원 조성이 어렵다면 도시농업이 가능하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농사를 체험할 수 있는 '도시농업시설' 이라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향림도시농업체험원. 서울시 은평구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며, 관람·체험·교육 등 다양한 농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조두진 기자
서울의 향림도시농업체험원. 서울시 은평구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며, 관람·체험·교육 등 다양한 농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조두진 기자

도시농업공원 조성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도시농업전문가들은 "각 구별로 최소 1곳 이상 도시농업공원이나 도시농업체험원을 조성해 시민들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휴식과 도시농업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참조 ▷도시자연공원= 서울 20곳, 부산 20곳, 인천 1곳, 대전 1곳, 경기도 6곳, 충남 11곳. ▷도시농업공원=부산 1곳, 인천 3곳, 대전 10곳)

김지형 사)대구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는 지난달 열린 대구도시농업박람회 '도심공원 일몰제와 도시농업' 세미나에서 "내년 시행되는 공원일몰제와 연동해 새로운 도시공원의 형태로 도시농업공원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텃밭이 아니라 도시공원으로서의 기능을 함께하면서 공동체가 참여하고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 다른 시설·공원에 비해 조성비용 적어

도시농업전문가들과 도시농업관련 시민단체들이 밝히는 도시농업공원의 매력과 장점은 다양하다.

텃밭에서 수확한 홍감자
텃밭에서 수확한 홍감자

무엇보다 체육공원이나 유원지 조성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든다. 서울시 도시농업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농업공원 조성비용은 다른 형태의 공원조성 비용의 약 20%에 불과하다. (토지매입비 제외한 추산)

공원 일몰제와 관련해 대구시는 일부 공원부지를 매입하기로 결정했지만, 부지매입만으로도 시재정에 충격을 우려해야 할 정도다. 여기에 공원이나 체육시설을 마련하고, 운영까지 하자면 더 많은 예산을 짜내야 하는 만큼 난관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부지를 매입하고 방치한다면 미관상 나쁠 뿐만 아니라 '지자체가 토지 소유주의 개발을 막기 위해 꼼수를 썼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대구도시농업박람회 '도심공원 일몰제와 도시농업' 세미나에서 천용길 뉴스민 기자는 "대구시의 낮은 재정자립도를 고려한다면 공원 조성 때 도시농업공원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 유지관리비 저렴하고 시민참여 높아

도시농업공원 운영비 역시 다른 시설이나 공간에 비해 저렴하다. 게다가 기존 체육공원이나 광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이용료를 내지 않지만, 도시농업공원을 조성하고, 면적 중 일부를 시민참여형 텃밭으로 조성할 경우 사용비를 받아 공원 관리비에 보낼 수 있고, 텃밭 가꾸기를 통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심공원을 조성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문대상 향림도시농업체험원 대표는 "서울시의 경우 시와 구청이 함께 예산을 부담해 연차로 5개구씩 도시농업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도 시청과 구청이 함께 도시농업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도시농업 활동을 지원한다면 다양한 형태의 민간도시농업 활동이 펼쳐지게 되고, 그 혜택은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연구원 류연수 박사는 "도시공원 일몰제로 조성되는 공원 부지 활용에 도시농업공원이 좋은 방식이 될 수 있다. 특히 주민들이 참여해 공동체가 관리하는 방식이 지니고 있는 장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전체 부지 아닌 부분적 조성 가능

서울 향림도시농업체험원내 벼농사 체험 논.
서울 향림도시농업체험원내 벼농사 체험 논.

공원부지에 도시농업공원 조성과 관련해 권명구 대구시 공원녹지과장은 "도시농업공원은 근린공원의 경우 공원 내 시설설치가 가능하며, 작은 규모의 공원일 경우 주제공원 조성을 통한 방법으로 도시농업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 면서도 재원마련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조숙현 대구시 도시농업팀장 "도시공원 훼손이 없는 범위 안에서 도시농업공원 조성이 가능하다. 현재 대구시가 매입하기로 결정한 대상지에도 농지가 일부 포함되어 있으며 공원부지 전체가 아닌 부분적인 면적으로 도시농업공원 추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 환경·미관 해치고 불공정 시비도

도시농업공원은 많은 매력과 장점을 갖고 있지만, 넘어야 할 장애물도 있다. 우선 시민 모두의 공간인 공원부지에 텃밭분양을 할 경우 누군가가 점유해 농사를 짓는 형태를 띠게 될 것이고, 이에 대해 불공정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농약이나 화학비료 사용에 따른 토양오염이 발생할 수 있고, 퇴비사용에 따른 냄새와 농작물을 재배하지 않는 겨울에 방치된 농자재나 폐비닐 등으로 민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경호 군위체험학교 대표는 "도시공원을 텃밭으로 분양하면 폐비닐, 폐자재, 농약 사용 등 문제가 발생하고, 특혜 시비도 일어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서울시 은평구의 향림도시농업체험원처럼 민간위탁 운영을 통해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고, 그 주체가 도시농업공원의 전반적인 관리를 비롯해 교육, 체험학습, 작물재배, 사회공헌 봉사사업, 도시농업전문가양성, 텃밭분양과 관리 등 각종 업무와 행사를 책임지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단순히 시민 텃밭 형태로 분양할 것이 아니라 도시농업공원이나 도시농업체험원 형식으로 운영해야 무분별한 자연훼손을 막고, 더 많은 사람들이 도시농업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공원 일몰제=2000년 7월 1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지자체가 고시한 도시계획시설상 도시공원을 20년간 집행하지 않을 경우(공원으로 조성하지 않을 경우) 땅주인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그 효력을 상실하는 제도. 2010년 7월 시행된다.

공원 일몰제에 따라 대구시가 우선조성대상지로 선정, 매입을 추진하기로 한 20개소는 동구(신암, 망우당, 불로동), 서구 (상리), 남구(앞산), 북구(연암, 대불), 수성구(범어, 야시골), 달서구(두류, 학산, 장기, 송현, 장동), 달성군(천내, 남동리, 하동리, 장리)를 비롯해 구군단체장 의견수렴 2개소인 동구 봉무공원, 북구 침산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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