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이쁜이도 금순이도 단봇짐을 쌌다네//석유등잔 사랑방에 동네총각 바람났네/…/복돌이도 삼돌이도 단봇짐을 쌌다네//서울이란 요술쟁이 찾아갈 곳 못 되드라/…/헛고생을 말고서 고향에 가자/달래주는 복돌이에 이쁜이는 울었네.'
한국전쟁이 끝나고 1956년에 세상에 선보인 유행가 '앵두나무 처녀'라는 노랫말로, 3절 가사의 일부이다. 60년 넘는 세월이 흐른 노래이지만 읽을수록 우리 농촌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미리 내다본 듯한 가사로 보여 신기할 따름이다.
1절은 몰래 도시로 떠난 농촌 동네 처녀의 이야기를, 2절에는 도망간 신부감을 따라 덩달아 떠난 동네 총각의 애환을 담고 있다. 그리고 3절에서는 서울로 간 동네 처녀에게 고향 농촌으로 갈 것을 설득하는 내용을 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농촌은 산업화 시절 동안 급격한 이농(離農)에 따른 젊은 남녀의 농촌 탈출로 일손 부족에다 고령화까지 겹쳐 이미 위태로운 목숨이다. 그런 도도한 이농의 물결 속에 단비처럼 2000년 전후 농촌은 종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흐름을 맞았으니 바로 귀농(歸農)과 귀촌(歸村) 행렬의 모습이었다.
'앵두나무 처녀'의 노랫말 예언(?)처럼 농촌은 지난 70년 궤적에서 이농에서 귀농의 다른 모습을 맞고 있다. 미국 등 농산물 수출국의 거센 농산물 개방 압력에 겨우 버틴 농촌이 귀농과 귀촌에 그나마 희망을 갖기에 이른 셈이다. 그런데 결실의 이 가을, 농심(農心)이 또다시 시름으로 가득하게 됐다.
우리 앞에 놓인, 세계무역기구에서의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여부 결정 때문이다. 정부가 곧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럴 경우 외국 농산물 관세 문턱을 낮추거나 국내 농업 보호 지원 축소 등으로 농업은 또다시 위기를 넘겨야 한다. 사실 1986년 시작된 세계적 농산물 시장 개방화의 험난한 파고로 농촌은 언제나 주름살이었다. 나라 경제와 형편이 후진국에서 개도국, 다시 중진국과 선진국 문턱을 넘으면서 우리 농업은 타협과 양보, 개방의 대상이었으니 말이다.
시름 가실 날 없는 농민의 타는 마음을 어찌 달랠까. 농심에 희망을 예언할 또 다른 '앵두나무 처녀'의 노랫말 등장이라도 기다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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