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내 채식주의자 150만명, 채식 편한 사회 온다

채식주의자 인구 늘며 식물성 재료로 만든 고기 확산
편의점서도 채식 가능해지고, 관련 모바일 앱도 발전 중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국내 채식인구 규모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채식주의자들의 삶이 편해질 전망이다. 최근 들어 편의점에서도 채식메뉴 식사가 가능해졌고,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화장품도 늘어나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100명 중 1명은 '비건'

한국채식연합은 지난해 기준 국내 채식인구를 100만~15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8년 추산했던 15만명에서 10년만에 10배 이상 증가했고, 이 가운데 완전한 채식을 실천하는 '비건'(vegan) 인구도 약 50만명으로 추산된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모바일 앱
채식주의자를 위한 모바일 앱 '채식한끼'. 앱스토어 캡처.

채식주의자의 외식을 도와주는 앱 '채식한끼'도 인기다. 자신의 채식 타입을 비건, 락토, 오보, 락토오보, 페스코 등으로 나누어 설정하면 거기에 맞는 식당을 GPS 위치정보에 맞춰 근처에서 추천해준다. 식당별 메뉴도 상세하게 알려주며 이용자가 작성한 리뷰까지 볼 수 있다. 앞으로는 공산품에 대해서도 제품별로 채식 타입에 적합한지 여부나 채식 조리법, 노하우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올해 문화센터 가을학기 강좌부터 비건 관련 강의를 개설했다, 비건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소식'의 안백린 대표가 알려주는 '사찰음식', 달걀과 우유·버터 등 동물성 재료를 배제한 '비거니즘 베이킹', 천연원료를 이용한 핸드메이드 비누와 화장품 만들기 등 채식주의에 관심있는 고객들이 원하는 강좌를 제공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점점 늘어나는 비거니즘에 대한 관심을 충족시켜주고자 마련한 강좌"라며 "추후 정기 강좌 개설 등 비건 강의를 늘려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마요네즈에 계란노른자 대신 콩 성분을 쓴 오뚜기의
마요네즈에 계란노른자 대신 콩 성분을 쓴 오뚜기의 '담백한 소이마요' 제품. 오뚜기 제공

채식에 관심을 보이는 인구가 늘면서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제품을 활발하게 내놓고 있다. 오뚜기는 마요네즈에 쓰이는 계란 노른자를 대신해 콩을 사용한 '담백한 소이마요'를 지난 1월 출시했다.

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가 개발한 '언리미트'(Unlimeat)'는 만두·불고기·떡갈비로 조리하기에 알맞은 '한국식 식물성 고기'를 선보였다. 이 회사는 진짜 고기처럼 마블링까지 구현하기 위해 3D 푸드 프린터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유통가 채식 열풍

유통업계 역시 채식주의자를 위한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마트에서는 비건을 위한 아이스크림 브랜드 '스웨디시 글레이스'를 수입, 판매하고 있다. 이 아이스크림은 콩으로 만들어 유당과 글루텐이 없고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세운다.

편의점도 비건용 상품 출시에 적극적이다. BGF리테일의 CU는 지난 5일부터 순식물성 원재료로 만든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를 출시했다. 채식주의 도시락·버거·김밥 3종류다. 모두 순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가짜 고기'를 써서 만들었다. 버거 소스류 등에 첨가되곤 하는 동물성 성분도 모두 뺐다.

CU 채식주의 도시락, 버거, 김밥 3종세트
CU 채식주의 도시락, 버거, 김밥 3종세트

BGF리테일 관계자는 "국내 채식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맞춰 합리적 가격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비건 간편식을 업계 최초로 출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식물성 고기를 활용한 간편식 시리즈를 연이어 출시한다. 우선 지난 6일 식물성 고기로 만든 '언리미트 만두'를 단독 출시했고 추후 김밥과 버거도 선보인다.

베지맘, 러빙헛 등 비건 재료를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쇼핑몰도 있다. 신선식품 배송업체 마켓컬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비건 베이커리 매출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289% 늘었다. 아울러 올 1~10월 비건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에도 동물 배제

채식주의는 음식 이외 분야에서도 동물과 연관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모두 거부하는 '비거니즘'으로 확장되는 추세이다. 비거니즘을 따르는 사람들은 몸에 바르는 화장품을 선택할 때도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 비건 화장품은 원료나 포장에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제조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배제한 화장품을 말한다.

헬스앤뷰티스토어 올리브영에서는 비건 화장품을 포함한 친환경 화장품 매출액이 지난 3년간 연평균 30%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각 화장품 브랜드 또한 점점 늘어나는 비건들을 위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다양한 '비건 라인' 제품을 내놓고 있다. 바디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시에서는 과일과 채소 등에서 얻은 원료로 제품을 생산한다. 판매 제품의 약 80%는 비건 제품이다.

클라란스에서는 '마이 클라란스'라는 비건 라인을 출시해 비건족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마이 클라란스'는 아직 일부 매장에서만 판매하고 있지만, 비건 화장품을 찾는 인구가 늘고 있는 데 따라 앞으로 판매 매장이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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