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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끝> 생·활·사(生活死)와 성주의 미래
신라의 천년 고도 경주는 고분(古墳)의 도시다. 도심 여기저기에 거대한 봉분들이 흩어져 마치 산처럼 우뚝 서 있다. 긴 세월의 소용돌이를 견디어내고 이제는 소중한 문화유산의 꼬리표를 단 이 고분들은 경주가 역사의 현장이자 설화의 땅임을 웅변한다.
경주의 도심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이 평지 고분은 4~6세기 신라의 무덤 형식이다. 이름하여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분). 땅을 파지 않고 표층에 목관이 들어갈 목곽을 설치한 후 그 주변과 위에 냇돌을 층층이 쌓고 흙을 덮어 거대한 봉토를 이루는 양식이다.
반면 별고을 성주의 고분은 조금 다르다. 가야의 형식에 맞춰 조성한 무덤이 주류다. 성산동고분군을 위시해 용각리·수죽리고분군, 명천리고분군 등 성주를 대표하는 고분군과 경주의 고분들을 서로 비교해보면 우선 입지조건에서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하지만 옛 시간을 되돌아보는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경주든 성주든 별 차이가 없다. 오랜 세월의 힘에 허물어지고 그 존재마저 잊혀져가는 고분이 더 많아서다. 만약 고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시간의 의미를 소홀히 한다면 앞으로 마주할 우리의 미래는 초라하고 더 없이 빈약할 수밖에 없다.
◆성주 고분과 가야 DNA
성주의 고분들은 모두 능선의 정상부나 사면 혹은 구릉 위에 자리잡고 있다. 마치 둥글게 다듬은 공룡의 등허리 능선처럼 크고작은 봉분이 군집을 이룬다. 이는 가야 고분만이 가진 DNA라는 점에서 성주 고분의 성격을 눈치챌 수 있다. 고분을 등지고 앞을 내다보면 어김없이 너른 들과 하천이 펼쳐진다. 또 고분의 배후에는 산성 등 성곽이 자리한 것도 가야 고분군이 가진 공통점이다. 성주도 예외가 아니다.
만약 성산동 고분군 등 성주 고분 출토 유물을 옆으로 잠시 밀쳐둔다면 고분 조성의 형식에는 가야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명쾌하게 증명할 문헌기록이 없고 유물 자료도 빈약해 고개를 가로젓는 학자도 있지만 성주 고분이 가진 고유한 특징을 완전히 부정하거나 무시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고분은 돌아간 이들이 새로운 세계를 꿈꾸며 침묵하는 안식처다. 후대 사람이 고분의 존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또 어떻게 해석해야할 것인지는 또다른 차원이다. 그런 관점이라면 마냥 복잡하게 볼 것만은 아니다. 지금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언젠가는 감춰진 역사가 그 전모를 드러낼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生活死, 성주를 읽는 코드
죽음이라는 명제에서 그 의미와 상징 체계를 한마디로 설명해내기가 쉽지 않다. 많은 이들이 관습처럼 종결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자연과 모든 생명이 마주하는 긴 과정의 한 부분이자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성주의 시간과 역사를 지탱해온 수백기의 고분도 이 땅의 사람들이 돌아간 종착지이자 또다른 시간을 기약하며 남겨둔 그루터기나 마찬가지다.
성주군이 지난 10여년간 인적·물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성주 역사문화를 이해하는 바탕과 근거를 준비해온 것도 이런 맥락과 관점에서다. 생(生)·활(活)·사(死) 코드는 이런 점에서 매우 유용한 열쇠다. 이는 성주가 간직해온 생명의식과 생명문화의 원류를 밝혀내고 성주를 터전으로 살아간 숱한 사람의 삶을 재조명하며 옛 역사와 문화유산의 숨을 오늘에 되살려내는 힘든 작업에 접근하는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성주의 정체성을 대변하고 성주인들의 의식 한 가운데 굳게 자리해온 경산리 왕버들숲과 인촌리 세종대왕자 태실, 수많은 인재를 길러내고 조선시대 반촌의 원형을 간직해온 한개마을 그리고 가야의 혼을 간직하고 신라의 문화양식을 수용한 성산동고분군은 멀게는 1천500년, 가까이는 300년 세월의 부침에도 성주 사람들을 늘 지켜봐왔고 성주가 대읍(大邑)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증언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 같은 생생한 역사문화의 현장을 빼놓고는 성주를 이해하거나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긴 세월동안 성주가 고이 간직해온 이 유산들을 잘 보전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서종철 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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