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를 불과 6시간 앞두고 전격 종료 연기를 선언하면서 그 배경과 향후 한일관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일 양국이 일단 수출규제 문제 해소를 위해 조건부로 지소미아 종료 연기와 수출규제조치 논의에 극적 합의, 양국 관계의 파국을 막으려는 조치로 읽힌다.

◆지소미아 종료 연기 배경
우리 정부의 이번 결정은 전날에 이어 연이틀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결정됐다. 1시간 이상 진행된 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NSC 상임위에 임석한 것은 한일 간 최근 현안과 관련해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대통령의 뜻과 우리 정부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일 양국 정부는 최근 양국 간 현안 해결을 위해 자국이 취한 조치를 동시에 발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까지 한일 양국 간 외교채널을 통해 매우 실질적인 협의를 진행해왔다"며 "정부는 기본원칙을 유지해가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현안 해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양국 대화를 재개하고, 이에 따라 조건부 지소미아 종료 효력과 WTO 제소 잠정 중단 방안에 잠정 합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한일관계는 여전히 엄중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한일 우호 협력관계가 정상적으로 복원되길 희망하며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번 조치와 관련, "한국이 전략적 관점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6시반쯤 총리 관저를 나오면서 "북한에 대한 대응을 위해 한일, 한미일의 연대와 협력이 극히 중요하다"며 "이번에 한국도 그런 전략적인 관점에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도 기자들에게 "지소미아와 수출 규제 문제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하며 "한국의 강경화 장관과의 회담을 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한일관계 전망
지소미아 종료 연기를 두고 한일 양국이 한발짝씩 물러나는 모습을 취함에 따라 양 정부는 앞으로 최종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집중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직접 만나 담판을 지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양국은 특히 수출규제 문제를 최우선으로 징용 배상문제, 위안부 문제 등도 별도 물밑협상을 통해 합의점 마련에 공동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국익 우선 원칙하에 외교를 지향하고 있다"며 "일본에 대해서는 과거사 문제는 과거사 문제대로 외교적 노력을 하고 안보 분야를 포함한 실질 분야에선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화해나가는 투트랙 접근방식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한일 양국 협의도 이런 입장에 기초한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국익 우선, 협력 외교의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합의까지 원칙을 가지고 협의를 해왔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 원칙과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의 근본 원인은 일본이 제공한 것으로 일본이 초래했다"며 "지소미아를 연장하는 문제는 일본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원칙을 견지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이 우리에 대한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한다면 우리도 지소미아 연장에 대해 새롭게 검토할 용의가 있으며, 불가피하게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은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존 입장"이라고 밝혔다.
수출규제와 관련, 이날 일본 측 발표 내용에는 '현안 해결에 기여하도록 과장급 준비 회의를 거쳐 국장급 대화를 해 양국의 수출관리를 상호 확인한다', '한일 간 건전한 수출실적의 축적 및 한국 측의 적정한 수출관리 운용을 위해 (규제대상 품목과 관련한) 재검토가 가능해진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일본 역시 지소미아 종료가 불러올 후폭풍을 피하기 위해 사태의 발단인 수출규제 조치 문제를 전향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그간 주춤했던 한미일 안보 협력이 다시 활성화될지도 주목된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인한 한일 갈등 속에 종료 수순을 밟던 지소미아가 극적으로 연장되면서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 교류를 위한 통로가 유지됐다.
지소미아가 종료됐다면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rilateral Information Sharing Arrangement·TISA)이 대안으로 활용됐을 테지만 이 약정은 지소미아에 비해 약점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소미아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관한 간접적인 정보까지 포괄하는 데 비해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은 북 핵·미사일 관련 직접적인 정보로 한정돼 범위가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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