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향 상임지휘자 "클래식 대중화 대구라서 가능"

'대중적인 곡만 연주, 단원 기량 약화' 평가에 "단원들 실수 용납 않고 고난도 대작, 초연 곡도 다수 공연" 반박도
"대구는 환상적 에너지 지닌 도시, 지휘는 직업 아니라 내 삶… '은퇴 이후' 고려한 적 없어"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대구콘서트하우스 자신의 사무실에서 그간의 활동 소회와 향후 바람을 밝혔다. 홍준헌 기자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대구콘서트하우스 자신의 사무실에서 그간의 활동 소회와 향후 바람을 밝혔다. 홍준헌 기자

"대구는 환상적 에너지를 품은 도시입니다. 제가 한국과 대구를 택한 것이 아니라 대구가 저를 불러 줬습니다. 이곳에서 시민들과 가능한 한 오래도록 함께 하고싶습니다."

대구시립교향악단 전석 매진의 신화를 매번 새로 쓰는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 내년 4월로 취임 6주년을 맞는 그는 앞으로도 대구에서 오래도록 다양한 음악적 기여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놨다.

"25년 전 한국에서 우수한 오케스트라들을 많이 봤습니다. 대구는 특히 오케스트라와 이웃들(시민) 모두 환상적 에너지를 지닌 도시라 생각합니다. 좋은 에너지와 실력, 성장 가능성을 지녔다고 생각해 대구시향을 맡았고,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그가 이끄는 대구시향은 올해 14회 유료 공연 중 13회 매진을 기록했다. 특히 코바체프가 지휘한 정기·기획 연주회는 지난 2년 연속 전회 매진됐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며 그에 대한 지역 청중과 음악계 호불호도 커졌다. 일각에선 그가 대중적인 곡을 무대에 주로 올려 클래식 대중화에 성공한 대신 뛰어난 기교의 명곡은 자주 연주하지 않고, 온화한 지도방식 탓에 단원 실수가 잦은 등 기량이 약화했다고 평가한다.

지휘자는 "매섭게 지적하지 않을 뿐 단원들의 연주 실수를 결코 용납하지 않으며, 대구시향이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어려운 곡들도 무대에 속속 올려왔다"고 설명했다.

"대구시향을 맡고부터는 작곡가에 대한 존중과 단원들의 연주 기량, 진실된 감정을 음악에 투영하는 데 중점 두고 있습니다. 자의적으로 곡을 해석하거나 거짓 기교를 부리는 대신 원곡에 충실히 연주하는 게 원칙이지요. 관객도 이런 진정성을 이해해 객석을 가득 메운다고 봅니다."

코바체프 지휘자는 "우리 연주 프로그램과 대구시민들 수준이 타 지역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 오히려 대구에서 초연한 쇼스타코비치의 '레닌그라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홀스트의 '행성' 등 어렵다는 곡들도 자주 무대에 올렸다. 전문가들이 원하는 곡은 어떤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모든 단원이 프로답길 기대하지만 권위적으로 행동하고 싶지는 않다. 실수한 사실을 알고 있는 단원에게 화내고 호통친다면 그는 점점 더 주눅들 것이다."면서 "나 또한 대구시향의 일원일 뿐이다. 단원들이 뭘 어려워하는 지 소통하고 이를 해결해 함께 발전하도록 이끄는 것이 내 역할이다. 실수를 지적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홍준헌 기자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홍준헌 기자

그는 대구와 대구시향에 큰 애착을 보이며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내년 대구음악제 개막 공연 지휘를 맡아 달라는 대구음악협회 요청에도 '노 개런티'로 화답했다.

코바체프 지휘자는 "과거 대구예술영재원 유스오케스트라를 지도한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전문 음악가는 차세대 음악인과 음악교육 프로그램에 기여해야 한다. 대구의 다양한 음악가와 협연하거나 연주 리허설에 참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은퇴한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지낼 것이냐는 질문에 지휘자는 "아직 은퇴에 대해 생각한 적 없습니다. 지휘는 내게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내 삶입니다. 사는 동안 음악가의 삶을 이어가고 싶습니다."고 답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