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말 불황 속, 물가는 뛰고…무료급식소도 '찬바람'

대구시 지원 및 민간 후원으로 운영되는 무료급식소 48곳, 1회 평균 1만1천여명 찾아와
1년 예산 3억4천여만원 동결, 민간 후원, 봉사인원도 떨어지고 있어 도움 손길 절실

17일 대구 두류공원 무료급식소에서 시민들이 점심 배식을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17일 대구 두류공원 무료급식소에서 시민들이 점심 배식을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17일 오전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무료급식을 준비 중인 '사랑해 밥차' 최영진 대표의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은 밥차 운영이 어렵다 보니 행여 식사를 못할까봐 걱정하는 어르신들의 확인 전화였다. 다행히 비가 곧 그치고 오전 11시 50분부터 식사가 제공됐다. 일부러 시간을 맞춰오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꼭 정시에 배식을 시작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고 했다.

2시간여를 기다린 한 어르신은 "애 타게 기다렸다. 비 때문에 밥차가 안올까봐 걱정했다"며 밥을 받아갔다. 다른 어르신은 최 대표의 손을 꼭 부여잡고 "늘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최 대표는 "겨울에 밥차를 운영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 따뜻한 밥 한 끼와 사람이 그리워 찾는 어르신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같은 시간 서구 '보람의 집 노인무료급식소' 역시 배식 전부터 급식소 입구에 80여명이 길게 줄을 서는 등 장사진을 이뤘다. 배식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작되지만, 오전 7시부터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자리는 48석인데 어르신 약 300명이 몰렸다.

자원봉사자 A씨는 "밥 한 그릇 먹으려고 몇 시간씩 서 계시는 할아버지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추운 날 밖에서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모두 안으로 모시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17일 대구 두류공원 무료급식소에서 시민들이 점심 배식을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17일 대구 두류공원 무료급식소에서 시민들이 점심 배식을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불황 속 연말을 맞은 지역 무료급식소에 찬바람이 돌고 있다. 이용자는 늘지만 지원 손길이 점차 줄어드는데다, 대구시 지원금마저 수년째 동결된 탓이다.

현재 대구에서 운영 중인 무료급식소는 대구시 예산지원을 받는 7곳을 포함해 모두 48곳이다. 1회 배식 기준 이용객이 1만1천600명에 달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는 서류상일 뿐 실제로는 더 많은 숫자가 급식을 이용한다"고 했다.

이용객은 꾸준히 늘지만 대구시 지원 예산은 수년째 3억4천여만원으로 동결돼 있다. 해마다 뛰어오르는 식자재비와 물가를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후원금으로만 운영되는 민간후원단체는 사정이 더 열악하다. 서구 홍익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이용수 대구홍익문화운동연합 회장은 "2000년 문을 열 당시만 해도 하루 60명이 찾았는데, 이제는 200명이 몰린다"며 "인건비, 임대료 등 운영비용은 기부금과 후원금으로 충당하는데, 자원봉사자 차비도 못챙겨줄만큼 빠듯하다"고 했다.

최근엔 봉사 인력마저 구하기 힘들다. 보림의집노인무료급식소 박상길 소장은 "그동안 자영업자들이 많이 도와줬는데, 최근 최저인금 인상에다 불경기가 겹치면서 직원을 줄이고 자기가 직접 일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 봉사자 찾기도 힘들다"고 했다.

무료급식소를 쳐다보는 주민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이들을 힘들게 한다. 대구시청과 구청 등에는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주민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2009년부터 서구 한 네거리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무료급식을 하던 '사랑해밥차'는 주민 민원 탓에 결국 2015년 문을 닫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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