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정오쯤 찾은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평일임에도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한적한 거리에는 뜯겨나간 광고지들만 굴러다니고 있었다. 시내버스 정류장에 멈춰선 708번 버스는 단 두 명의 승객만 태운 채 쓸쓸히 떠나갔다.
빈 상가에는 온통 '매매·임대'라고 적힌 현수막만 붙어 있었다. 심지어 부동산 중개사무소에까지 '상가 임대', '임대료 절충' 등의 현수막이 나부꼈다.
'균형발전의 초석'으로 큰 기대를 받으며 출발한 대구 신서혁신도시가 표류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준공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도심 속 외딴 섬으로 전락해가는 모습이다.
"여기선 커피숍이나 음식점, 병원 같은 곳을 제외하면 거의 장사가 안돼요." 혁신도시 개발 초창기부터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해온 공인중개사 A(53)씨는 "주거 규모에 비해 상가만 많다. 임대가 안되니 답답한 건물주들이 직접 장사를 하는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분양 당시 혁신도시 공공기관 종사자가 7천~8천명은 된다고 봤는데, 실제로는 3천명도 안되는 것 같다"면서 "퇴직금을 투자해 상가를 분양받은 건물주들도 공실과 가격 하락에 따른 대출금 상환 요구로 어려움을 겪는다. 부동산 중개사들마저 도망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혁신도시가 6년째 표류하는 원인은 '개선되지 않는 정주여건' 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수관 대구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혁신도시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그곳에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라며 "많은 유효소비가 지역 활성화를 낳고, 소비는 사람이 그곳에 살아야만 이뤄질 수 있다. 접근성과 교통, 학군, 편의시설 등 정주여건을 개선해 혁신도시로의 인구 유입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충북 혁신도시에 둥지를 트는 것을 마지막으로 지난 2005년 혁신도시 및 이전 대상 공공기관 지정·발표 이후 14년만에 전국 153개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된다.
대구 신서 혁신도시에는 한국감정원 등 10개 기관 3천122명이 자리를 잡았고, 한국도로공사 등이 이전한 경북 김천 혁신도시로는 12개 기관 5천561명이 옮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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