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정부가 지하철 요금 인상을 도화선으로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자국 내 시위 사태에 대해 K팝 팬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보고서를 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칠레 언론들에 따르면 논란의 보고서는 칠레 내무부가 작성해 최근 검찰에 제출한 112쪽 분량으로, 정부는 11월 21일까지 한 달여간 소셜미디어 등에 나타난 게시물 6천만 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9.3%가 칠레 밖에서 생산된 것이라며 시위 초기 외부 세력의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러한 그룹 중 하나로 K팝 팬들을 지목한 것이다. 보고서는 젊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시위 초기 8일간 400만 건 이상의 리트윗을 통해 시위 동참을 부추겼다며 이들을 'K팝 팬들'이라고 명시했다. 이들의 게시물은 정부의 시위 사망자 통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인권 침해를 자주 언급하며, 언론의 침묵이나 소셜미디어 차단 등을 비판하는 데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이들 K팝 팬들이 시위 사태의 배후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비웃거나 비꼬았다고 적었다.
그러나 곧바로 시위의 근본 원인 등을 무시한 채 외부 세력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반발이 일었다. 야당 소속의 카롤 카리올라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정부는 K팝 팬 등에 책임을 씌우며 국내외적으로 비웃음을 사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야당 하원의원 마르셀로 디아스도 "세금을 엉뚱하게 썼다"며 "우리한테 필요한 건 정책이지 K팝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인터넷상에서는 K팝 팬들을 중심으로 조롱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K팝 그룹 멤버들의 공항 사진과 함께 "칠레 사회 혼란 주범들의 공항 독점 사진. 얼굴을 가렸다.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썼다. K팝 스타들이 자주 하는 손가락 하트 모양의 그림과 함께 '새로운 혁명 인사법'이라고 쓴 네티즌도 있었다. 김지석 선임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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