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오'라고 시작하면 예의 없이 어려 보일 테고, 'To'는 방향성만 있지 않나, '~께'는 정이 없어 보이는데 뭐가 적당할까. 그렇다고 '한 해 동안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라고 다짜고짜 적기엔 낯간지럽다. 무슨 말부터 써야할지, 언제 마지막으로 편지를 써봤나.'
1970년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잡화점에서 연하장을 고르고 있는 사진이다. 연하장을 보내는 건 '감정의 정리'였다. 대상을 정해야 했고, 그에 맞는 연하장을 골라야했다. 연하장 한 장에 이뤄지는 '감정의 전달'인 만큼 중요한 과정이었다. 물론 '감정의 낭비'도 있었다. 연하장을 못 받아 섭섭해 할 사람을 골라내는 것도 일이었다. 사진 속 학생들과 젊은 여성들의 표정에 망설임이 읽히는 까닭이다.
어떤 내용을 쓰느냐는 그 다음 단계였다. 주제는 '고맙다'와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가 대부분이었다. 직접 손 글씨로 써나간 문구에는 감정이 실렸고, 필체에서는 떨림과 설렘이 전달됐다.
요즘이야 깔끔한 한식상차림이 연상되는 세련된 디자인의 연하장이 주문만 하면 대량으로 생산된다. 말 그대로 '생산'이다. 구색을 갖췄지만 인쇄체로 박힌, '한 해 동안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린다'로 수렴되는 연하장이다. 다만 받는 이의 감정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내가 당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일방적 메시지다.
'근하신년'만 덜렁 있는, 여백의 미가 한껏 강조된 연하장을 펼쳐볼 때면 '명절 잘 쇠라'는 단체 문자메시지를 받았을 때만큼 당혹스럽다. 스팸메일도 이보다는 성의 있겠다 싶지만 처리 과정은 스팸메일과 같다. 휴지통으로 직행한다. '감정의 폐기'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강요한다는 지적도 있겠으나 손수 쓴 연하장은 버리기도 아깝다. 받는 이의 감정을 환기한다. 답장을 해줘야겠다고, 내가 먼저 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마음먹는다. '감정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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