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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 1970년대 연하장 고르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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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정리와 전달... 오가는 연하장 속에 전환되는 감정
천편일률적으로 인쇄돼 도착하는 연하장에 감정이 있는지

1970년대 대구시내 한 잡화점에서 연하장을 고르고 있는 학생과 여성들의 모습. 매일신문 DB.
1970년대 대구시내 한 잡화점에서 연하장을 고르고 있는 학생과 여성들의 모습. 매일신문 DB.

''티오'라고 시작하면 예의 없이 어려 보일 테고, 'To'는 방향성만 있지 않나, '~께'는 정이 없어 보이는데 뭐가 적당할까. 그렇다고 '한 해 동안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라고 다짜고짜 적기엔 낯간지럽다. 무슨 말부터 써야할지, 언제 마지막으로 편지를 써봤나.'

1970년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잡화점에서 연하장을 고르고 있는 사진이다. 연하장을 보내는 건 '감정의 정리'였다. 대상을 정해야 했고, 그에 맞는 연하장을 골라야했다. 연하장 한 장에 이뤄지는 '감정의 전달'인 만큼 중요한 과정이었다. 물론 '감정의 낭비'도 있었다. 연하장을 못 받아 섭섭해 할 사람을 골라내는 것도 일이었다. 사진 속 학생들과 젊은 여성들의 표정에 망설임이 읽히는 까닭이다.

어떤 내용을 쓰느냐는 그 다음 단계였다. 주제는 '고맙다'와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가 대부분이었다. 직접 손 글씨로 써나간 문구에는 감정이 실렸고, 필체에서는 떨림과 설렘이 전달됐다.

요즘이야 깔끔한 한식상차림이 연상되는 세련된 디자인의 연하장이 주문만 하면 대량으로 생산된다. 말 그대로 '생산'이다. 구색을 갖췄지만 인쇄체로 박힌, '한 해 동안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린다'로 수렴되는 연하장이다. 다만 받는 이의 감정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내가 당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일방적 메시지다.

'근하신년'만 덜렁 있는, 여백의 미가 한껏 강조된 연하장을 펼쳐볼 때면 '명절 잘 쇠라'는 단체 문자메시지를 받았을 때만큼 당혹스럽다. 스팸메일도 이보다는 성의 있겠다 싶지만 처리 과정은 스팸메일과 같다. 휴지통으로 직행한다. '감정의 폐기'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강요한다는 지적도 있겠으나 손수 쓴 연하장은 버리기도 아깝다. 받는 이의 감정을 환기한다. 답장을 해줘야겠다고, 내가 먼저 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마음먹는다. '감정의 전환'이다.

※'타임캡슐'은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진, 역사가 있는 사진 등 소재에 제한이 없습니다. 사연이,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라면 어떤 사진이든 좋습니다. 짧은 사진 소개와 함께 사진(파일), 연락처를 본지 특집기획부(dokja@imaeil.com)로 보내주시면 채택해 지면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소개는 언제쯤, 어디쯤에서, 누군가가, 무얼 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채택되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사진 원본은 돌려드립니다. 문의=특집기획부 053)251-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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