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자란 도법자치(道私者亂 道法者治). "사사로운 길을 따르는 자는 어지러워지고, 법의 길을 따르는 자는 다스려진다"는 뜻이다. 전국시대 법가인 한비자(韓非子)가 지은 '한비자' 궤사(詭使) 편에 나오는 문구다.
정권을 위기로 몰아넣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청와대 감찰 중단 의혹을 지켜보면서 '도사자란'이 떠올랐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라는 사사로운 길을 따랐다가 몰락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오버랩된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문 대통령에겐 사사로운 길로 보지 않을 수 없다.
'형' '아우'라는 코드가 아니고서는 두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당선 직후 송 시장의 언론 인터뷰 중 일부다. "저는 집도 이사하고 더 이상 (선거) 안 한다고 했다. 그런데 문재인 변호사가 찾아왔다. 만났더니 '형, 이사했다며? 다시 이사 가소' 그래서 '내는 내 맘대로 못 사나?' 하니까 '그게 운명인데 어쩝니까?' 그래서 다시 이사를 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행비서를 지낸 유 전 부시장은 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고 불렀다.
송 시장이 문 대통령의 '형'이 아니었다면 정권 차원의 뒷받침을 받아 시장에 당선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구속이 되고도 남을 비리를 저지른 유 전 부시장이 문 대통령의 '아우'가 아니었다면 청와대 감찰 중단을 넘어 국회 수석전문위원,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승승장구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아우'이자 '형'인 문 대통령이라는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촛불로 태어났다는 정권이 국기 문란에다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사건들에 휘말렸다는 사실 자체가 국민을 볼 면목이 없게 됐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권에서 '아우 찬스' '형님 찬스'가 횡행한 것도 가증스럽다. '권력은 측근이 원수'라는 법칙이 다시금 확인됐다.
형·아우에서 촉발한, 정권을 휘청거리게 할 사건들이 줄을 이을 개연성이 크다. 정권을 장악한 586들이 형·아우로 끈끈하게 맺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사로움으로 말미암은 국가 혼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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