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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점 앞둔 90년대 핫플 '동아백화점 본점'…시민들 아쉬워

2002년 동아백화점 본점 전경. 매일신문 DB
2002년 동아백화점 본점 전경. 매일신문 DB

동아백화점 본점이 시민들에게 아쉬움을 남긴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난 47년간 대구시민들에게 동아백화점 본점은 단순한 백화점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었다.

1972년 9월 문을 연 이곳은 대구의 '핫플'(핫플레이스)로 유명했다. 인근에는 대구 최초의 예식장인 '대구예식장', 전골요리로 전국적 유명세를 떨쳤던 '대구회관', 대구의 개봉관 중 하나 던 '대구극장' 등 이름 그대로 대구를 대표하던 곳들이 줄지어 자리잡고 있었다.

80, 90년대에는 주말이면 인파로 북적이던 이곳 풍경을 기억하는 시민들도 많다.

60년대생인 박모 씨는 "일명 '노는 애'들이 다니는 핫한 장소였다. 동아백화점이라는 풀네임보다 '동백'이라 줄여서 많이 불렀다"며 "지금의 국채보상로에서 버스를 타고 내린 사람들이 동아백화점 쪽으로 이동하느라 작은 골목길에선 서로 어깨가 부딪히고, 사람에 밀려 다닐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1992년 사람들로 북적이던 동아백화점 매장 전경. 매일신문 DB
1992년 사람들로 북적이던 동아백화점 매장 전경. 매일신문 DB

90년대 동아백화점 본점은 매출이 전국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본점에서 근무했던 황보성 이랜드리테일 대구경북권 대외협력 홍보실장은 "90년대 남성 매장 한층에서만 매출이 수억원이 나올 정도로 매출 규모가 컸다. 현재 가치로 산출하면 웬만한 백화점 점포 하루 전체 매출과 맞먹을 정도"라며 "90년대 대구백화점 본점과 동아백화점 본점 두 곳의 매출은 전국에서 상위권에 들었다"고 말했다.

백화점이 들어선 이후 주변 상권도 큰 변화를 겪었다.

백화점이 성업하면서 주변에는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만드는 디자이너 브랜드 매장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런 브랜드들이 인기를 얻으면 동아백화점 매장에 입점해 전국 유통망을 거쳐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여전히 전국 브랜드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도호' 등이 90년대 디자이너 브랜드로 동아백화점에 입점했던 곳"이라며 "동아나 대백에 입점하면 그자체가 유통망 확장은 물론 상품성을 인정받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2010년 동아백화점 매각 당시 기자회견 모습. 오상흔 이랜드리테일 회장(왼쪽)과 이인중 화성산업 회장. 매일신문 DB
2010년 동아백화점 매각 당시 기자회견 모습. 오상흔 이랜드리테일 회장(왼쪽)과 이인중 화성산업 회장. 매일신문 DB

하지만 IMF 이후 소비심리 위축으로 동아백화점을 비롯해 일대 상권 매출이 크게 줄면서 대구지역 패션과 문화의 중심지였던 이곳에 시민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사라졌다.

이후 귀금속과 전자제품 상가들이 들어섰지만 유동인구 감소로 상권이 축소되고, 패션과 문화 등 도심 중심상권은 대구백화점 본점이 있는 동성로 쪽으로 옮겨갔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이 들어선 2003년 이후에는 동성로와 롯데백화점을 이어주는 거리가 스포츠매장과 제화매장들로 북적였지만, 이조차 경기침체로 점차 사라졌다.

동아백화점 본점의 폐점도 시대 흐름에 따른 상권 침체가 가져온 결말이다.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이곳의 전성기를 지켜봐왔던 시민들은 "사라지면 그리울 것 같다", "학창시절 추억을 담고 있는 장소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1994년 리모델링을 한 동아백화점 본점 전경. 매일신문 DB
1994년 리모델링을 한 동아백화점 본점 전경. 매일신문 DB

지역 건설사인 화성산업이 유통 사업에 진출하면 개점한 동아백화점 본점은 2000년대 초반까지 대구백화점과 함께 지역 양대 백화점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2010년 이랜드리테일이 인수한 뒤 동아아울렛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현재 지하 1층 지상 8층, 영업면적 9천874㎡ 규모로 90여개 매장이 영업을 하고 있는 이곳은 2월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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