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곤 前회장 영화같은 탈출극…악기 케이스에 몸 숨겨 빠져나가

자가용 비행기로 오사카 간사이공항 출발…터키 이스탄불 경유한 듯

전체 탈출극은 아내 캐럴이 지휘

카를로스 곤(65)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이 영화에나 나올 법한 탈출극으로 가택연금 상태에 있던 일본을 벗어났다.

곤 전 회장은 보수 축소 신고와 회사자금 유용 등 혐의로 재작년 11월 체포된 후 1차 보석 결정으로 석방됐다가 재체포를 거쳐 지난해 4월 다시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후 그는 도쿄 거처인 미나토(港)구 자택 현관에 감시 카메라의 감시를 받으며 가택연금 상태였고 출국은 아예 금지됐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연기처럼 일본에서 사라진 뒤 지난달 31일 오전 6시 30분쯤(현지시간 30일 오후 11시30분) 어린 시절을 보냈던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당국은 그의 출국 소식을 월스트리트 저널 등 해외 언론을 통해 처음 접한 뒤 부랴부랴 탈출 경로 파악에 나섰다.

외신들은 곤 전 회장의 탈출이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추정하면서 전체 탈출 계획을 아내인 캐럴이 짰다고 보고 있다. 곤 전 회장은 캐럴과 함께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한 후 이 곳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에서 탈출하는 방법으로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이용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며칠 전 크리스마스 파티가 곤 전 회장의 자택에서 열렸는데, 이때 악단을 가장한 민간경비업체 사람들이 돌아갈 때 악기 케이스에 곤 전 회장이 몸을 숨겨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CCTV 등 감시망을 피해 자택을 무사히 벗어난 곤 전 회장은 수도권 공항이 아니라 오사카(大阪)의 간사이(關西)국제공항을 이용해 대기 중이던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경유지인 터키 이스탄불로 날아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은 자가용 비행기로 출국하는 경우도 똑같은 출국 수속을 밟아야 하지만 곤 전 회장의 출국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신분을 위장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 검찰은 외교 경로를 통해 레바논 정부에 곤 전 회장의 신병 인도를 요청할 예정이나 레바논 당국은 곤 전 회장이 레바논에 합법적으로 들어왔다며 어떠한 법적 조치도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석 선임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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