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직에 있나→어떤 일 하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 '능력' 척도 변화
더 벌어지는 대기업'中企 임금 격차
바뀌지 않으면 한국 청년 미래 없어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달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크고, 그 격차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뿐만 아니라 최근 확대되는 경향이다.
필자가 한일 기업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에 비해 평균적으로 30% 낮은 데 반해 한국은 평균적으로 40% 정도 낮다. 물론 노동자들이 받는 복리후생비, 노동환경 및 고용의 안정성까지 고려하면 임금 격차보다 더 큰 차이가 있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미국에서는 기업규모 간 임금 격차가 크지 않고, 그 격차는 교육 수준, 성별 등과 같은 노동 속성의 차이로 3분의 1 정도 설명되고, 일본에서는 노동 속성의 차이가 10분의 1 정도밖에 설명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연구 결과는 한국과 일본에서 기업규모 간 임금 격차가 대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에 비해서 능력이 뛰어나고,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생겼다고 할 수 없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따라서 일본과 한국에서의 임금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같은 개인의 지식과 능력보다는 '어떤 조직에 속할 수 있는가'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식과 능력이 높은 인재가 대기업에 취업할 확률이 높지만, 대기업에 취업을 알선해 줄 수 있는 연고 즉 '누구를 알고 있는가'와 같은 사회적 자본의 영향을 고려하면 개인의 지식과 능력이 반드시 대기업 취업과 비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기업규모 간 임금 격차는 대기업 부문에서 노동수요보다는 노동공급이 넘쳐나고, 중소기업 부문에서 만성적인 초과노동수요 문제를 야기시킨다. 쉽게 말하면 재벌 대기업을 비난하면서도 그 기업들에 가장 입사하고 싶어 하고, 인재 확보에 혈안이 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수많은 보조금이 있음에도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기초한 인센티브 시스템하에서는 자신의 능력과 오랫동안 투자해 온 교육 투자의 수익률에 맞는 대기업이나 그에 준하는 직장을 계속 찾는 취업예비군들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에 20만 명이, 삼성그룹 GSAT시험에 10만 명이 응시하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인센티브 시스템은 기술 변화가 점진적이고,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경우에 유리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는 급격한 기술혁신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술혁신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는 엄청난 자금으로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를 끌어모아 AI, IoT, 5G, Maas, 양자 컴퓨터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과 Google, Facebook, Paypal, Uber, Netflix, Airbnb, Tesla 등 새로운 기업을 끊임없이 탄생시키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1억4천만원의 소득자도 저소득자층으로 분류될 정도로 임금이 높고, 탁월한 인재들은 더 높은 소득을 위해서 한 기업에 계속 근무하기보다는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새로운 기업을 스스로 창업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의 인재들은 한국과 일본처럼 안정된 조직과 기업에 들어가 안주하기 위한 경쟁보다는 자신이 가진 능력과 재능을 최대한 발휘해서 새로운 기술과 기업을 만들기 위한 경쟁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경쟁의 방향과 질의 차이가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낳는다는 사실은 기회의 땅이 된 현재의 실리콘밸리와 경제의 활력이 서서히 약화되어 가고 있는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면 명약관화하다.
한국에서도 아직 실리콘밸리에 가깝게 운영되고 있는 분야가 K-POP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이다. 일본의 영화산업은 1960년대까지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들이 고용의 안정이 보장된 월급쟁이로 전락하면서 80세에 가까운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가 제작되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이목과 인기를 끌 만한 영화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글로벌 시장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120% 발휘하는 승리자에게 일정한 급여가 아니라 막대한 승리수당을 보장하고 있다. 그래서 재능이 넘치는 인재들이 한국에 모여서 새로운 그룹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분열하는 경쟁을 하게 되면서 한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이 중심이 된 산업구조에서 유효했던 '어떤 조직에 속하는가'가 중요한 인센티브 시스템에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의미를 갖는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바꾸지 않으면 한국 경제에도, 한국의 청년들에게도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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