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교안, 당 안팎 '인적 쇄신' 요구에 얼마나 부응할까?

한국당 내부, 기득권 상징·친박계 포진 TK서 불출마 요구 쏟아져
'TK 물갈이'에 TK 정치권 "TK 우습게 아는 헛소리"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험지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대구경북(TK) 공천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 대표는 험지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내 중진들에게도 동참을 요구했다. TK 중진들은 "대답을 못 하겠다"며 곤혹스러움을 밝히면서도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한국당 핵심 지지기반인 TK에서 '과감한 인적 쇄신'을 통해 보수 정치지형을 바꾸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은 "바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반발하는 기류도 없지 않다.

황 대표는 최근 기자들을 만나 "30% 컷오프만 하면 이것저것 잔수를 안 써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공천 방향을 설명했다. 지역구 의원 91명 중 하위 30명을 공천하지 않으면 사고 지역구 등을 감안해 전체 의원 108명 중 50% 이상 물갈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까지 물갈이를 선도하는 현역 의원 불출마 선언은 9명에 그치고, 인재영입 속도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정치 신인'이지만 보수진영의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른 배경에는 그가 가진 특유의 '안정감'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스펙'과 함께 점잖은 외모와 중후한 목소리를 갖추면서 보수 정치인에게 필요한 최대 덕목인 '안정감'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강점이 역으로 총선 국면에서 승부의 분수령이 될 공천 국면에서 단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직 생활을 하던 시절처럼 안정적 운용에 방점을 찍거나 결단이 늦어지기라도 한다면 '혁신 공천'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세 차례 총선 기록을 보면 물갈이에 성공한 정당은 승리를 거뒀다.

따라서 '진박(진짜 친박) 놀음'을 벌이며 20대 총선 공천의 핵심이었던 친박(친박근혜)계가 용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진작에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이 "20대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당시 최고위원과 공천관리위원들, 당이 이 지경이 되는데 책임 있는 중진들은 자리를 비워야 한다"고 일갈한 것이 대표적 예이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친박계, 진박 공천 수혜자가 몰린 TK로 정치권의 눈길이 쏠린다. 심지어 최근에는 지난해 말 한국당이 전국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당무감사에서 TK 의원 대부분이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와 함께 'TK 물갈이론'이 여의도 정가에 불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배규한 당무감사위원장이 '지역별 점수를 별도로 매기지 않았다. 특정 당협위원장을 두고 공천 자격이 없다고 적시한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도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를 짚어봐야 한다. 지금까지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들 면면을 보면 이들이 당의 쇄신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며 "혁신 공천 분위기로 가려면 친박에서 변모한 TK 친황(친황교안) 그룹에서 먼저 불출마 선언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의도적으로 띄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일 불출마를 선언한 한선교 의원이 '황 대표의 정치적 백그라운드인 TK·PK 의원 중에 불출마 선언하는 분이 더 나와야 한다'며 '황 대표가 측근부터 쳐야 공천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말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 PK도 한국당의 텃밭이었지만 이제는 '여야 승부처'로 꼽힌다. 반면 TK는 아직도 '깃발만 꽂으면 당선'인 전국 민심과 동떨어진 지역인 만큼 알아서 나가지 않으면 공천 국면에서 정리하려고 할 것"이라며 "수도권과 달리 TK는 낙천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한국당에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TK 중진들은 이러한 분위기에 "TK를 우습게 아는 헛소리"라며 반발(본지 4일 자 4면 보도)하는 한편 '옥석'은 가리되 '입맛대로 공천' 재연은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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