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직장을 다니는 딸은 춘제(春節·설) 연휴가 끝났지만 아직 베이징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의 기세가 꺾이지 않아 중국 당국이 춘제 연휴를 2일까지 연기한 데 이어 9일까지 휴업 조치를 내렸지만 아마도 10일 이후에도 당분간은 중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베이징의 사정은 신종코로나의 진원지인 우한 등 후베이성(湖北省)보다는 낫지만 중국 전역이 봉쇄됐다고 할 정도로 항공편과 기차 및 시외버스 등 모든 대중교통은 꽁꽁 묶였다. 베이징시 당국이 수도인 '베이징 봉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한 뒤 '사재기' 행태가 다소 주춤해진 것 같지만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하는 일은 전쟁일 것이다.
베이징 사정과 다르게 후베이성 주변의 충칭시와 후난성, 저장성, 장시성 등 창장(長江·양쯔강) 주변의 분위기는 사뭇 비장하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중국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하나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당국이 감염 정보는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는 모양이다.
춘제 연휴 막바지부터는 신종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한지역 중국 의료진과 봉쇄된 우한에 고립돼 있는 우한시민들을 격려하는 '우한 힘내라'(武漢 加油!) 캠페인이 중국 전역에서 펼쳐지면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한과 후베이성 출신 중국인에 대한 눈총과 차별 격리조치 등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의 공포와 정면에서 맞서 싸우고 있는 우한인과 의료진에 대한 격려는 국경과 인종을 떠난 인류애의 발현이라는 점에서 세계인의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신종코로나의 초기 정보를 축소·왜곡하면서 확산시키는 데 책임이 있는 당국에 대한 비난은 뒤로 미루자. 2002년 사스 사태 때는 '안심하라'며 감염자 수를 축소 발표했다가 뭇매를 맞고 곧바로 경질된 베이징시장과 위생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의 사례는 기시감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초기 대응에 실패한 베이징의 지도부에 대해서도 비난의 화살이 날아갈 터이니 말이다.
우한 격려 캠페인은 곧바로 중국의 유명 연예인과 중국 국영기업, 외국 투자기업들의 기부 행렬로 이어지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기부는 62세의 유명 코디미언 자오번산(趙本山)의 1천만위안(약 17억원), 농민 가수 주즈원(朱之文)의 20만위안(3천400만원)이다. 이미 200여 명의 스타들이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나섰다. 대부분 10만~20만위안의 성금을 기탁하는데 고작 2천위안(34만원)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 내느니 못할 정도로 비난을 받고 있는 사례도 있었다. 중국 내에서 청순한 이미지로 잘 알려진 '선웨'(沈月)가 그 장본인이다.
자오번산의 통 큰 기부 액수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하는 주즈원의 20만위안 기부도 화제를 낳고 있다. 중국판 K팝 스타에 나왔던 농민 가수 주즈원은 TV 출연 당시 입고 나온 낡은 '인민복 외투'로 인해 '외투형'(大衣哥)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고 있다. 그는 산둥성 자신의 고향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민복 외투를 입은 채 삼륜차를 몰고 20만위안의 현금을 직접 당 서기에게 전달했다.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가수이지만 그는 여전히 농사를 짓는 농민 가수로 큰 돈을 벌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 가수에게 20만위안은 엄청난 거금이다. 그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그는 "내가 번 돈은 누구의 돈인가? 내 노래를 듣고 좋아하던 관중의 돈이며 국가의 돈이다. 사회에 보답하는 것이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중국 스타들의 애국심(?) 넘치는 기부 행렬이 신종코로나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중국 공산당과 당국에 대한 비난을 비껴가는 계기로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 통제와 애국심이 동시에 적절하게 작동되고 있는 곳이 오늘의 중국이다.
'우한'은 중화문명의 양대 원류 중 하나인 창장(長江·양쯔강)의 중심 도시다. 청 제국을 무너뜨린 우창(武昌)봉기는 신해혁명으로 이어졌다. 문화대혁명 발동 직전 마오쩌둥 주석은 우한에서 전용열차를 멈추고 장강에 뛰어들어 30리를 수영하면서 건재를 과시한 바 있다.
'우한인이여 힘을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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