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삼한시대 '소도'와 21세기 '청와대'

김문환 문명사 저술가
김문환 문명사 저술가

사슴뿔 쓴 켈트족 드루이드

모차르트와 왈츠의 나라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 공항에 내려 급행전철을 타면 30분도 안 돼 시내 중심가에 내린다. 근세 유럽 최대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들이 즐비하다. 고풍스러운 비엔나 자연사 박물관에 들어서면 으르렁거리는 공룡 화석들 너머로 앙증맞은 뿔 하나가 탐방객을 맞는다. B.C 5세기 사슴뿔. 그냥 스쳐 지나기에는 뒤에 걸린 그림이 예사롭지 않다. 사슴뿔을 머리에 쓴 신관의 모습. 로마제국 이전 중서부 유럽을 장악했던 켈트족 신관 드루이드이다. 김경수 경남지사 관련 '드루킹 사건'의 드루킹은 드루이드 왕이란 의미다.

사슴뿔관을 쓴 켈트족 드루이드 그림. 비엔나 자연사 박물관
사슴뿔관을 쓴 켈트족 드루이드 그림. 비엔나 자연사 박물관

사슴뿔 쓴 삼한의 천군

무대를 가야 유적의 보고 김해로 옮긴다. 경전철을 타고 해반천을 따라가다 박물관역에서 내린다. 대성동 고분박물관 전시 유물을 흥미롭게 훑어보며 흠칫 놀란다. 비엔나 자연사 박물관에서 보던 켈트족 드루이드 사슴뿔과 닮은 삼한시대 사슴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사슴뿔도 삼한시대 신관(제사장)이 쓰던 것일까? 답을 찾아 빛고을 광주로 간다. 전남대 박물관에서 유물을 토대로 복원한 그림에 눈이 번쩍 뜨인다. 사슴뿔 관을 쓴 삼한시대 신관이다. 그랬다.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 한반도에서 시베리아 동토와 중앙아시아 초원을 거쳐 서유럽까지 고대 신관은 머리에 사슴뿔을 쓰고, 신의 뜻이라며 백성 머리 위에 올랐다.

사슴뿔관을 쓴 삼한시대 천군 그림. 전남대 박물관
사슴뿔관을 쓴 삼한시대 천군 그림. 전남대 박물관

삼한시대 소도(蘇塗) 전통

유물로 남은 켈트족 드루이드 신관은 로마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에 잘 묘사된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의 카이사르가 B.C 58~B.C 51년 갈리아(프랑스 일대) 총독으로 켈트족과 전쟁을 치르며 기록한 책이다. 삼한의 신관 기록은? 아쉽게 우리 역사책에는 없다. 중국 진(晉)나라 진수가 289년 완성한 위(魏), 오(吳), 촉(蜀) 3나라 역사책 「삼국지」(三國志) 속 삼한의 역사를 다룬 한전(韓傳)에 고대 한국과 관련한 귀한 대목이 나온다. 소도(蘇塗).

소도(蘇塗), 죄인 처벌 안 해

내용을 읽어보자. "…국읍(國邑)에서는 한 사람을 뽑아 천신에 대한 제사를 주관시켰는데, 이 사람을 천군(天君)이라 부른다." 사슴뿔 관을 쓴 삼한 신관은 '천군'이었다. 켈트족 '드루이드'다. "…각각 별읍(別邑)이 있는데 이것을 소도(蘇塗)라 한다. 큰 나무를 세우고 거기에 방울과 북을 매달아 놓고 귀신을 섬긴다. 도망자가 그 속에 들어가면 모두 돌려보내지 않아 도둑질하기를 좋아한다." 마지막 구절이 마음에 걸리지만, 핵심은 천군 주재 성역 소도에는 범죄를 저지른 자가 있어도 처벌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백성 위에 선다.

범죄 혐의자 소굴 청와대

검찰이 1월 29일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13명을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겼다. 송 시장을 부당하게 당선시킨 혐의다. 추미애 장관은 공소장 공개를 거부했다. 국회법 위반이자 '공개 재판' 원칙은 물론 헌법 21조 언론 자유 정신을 찢어버린 '법무'(法無) 장관이다. 청와대 사람들은 잘못이 없다며 한결같이 어둠 아래 숨는다. 조국 아들 인턴 문서 위조 혐의를 받는 청와대 민정비서관 최강욱은 자신을 기소한 검찰에 변호사 입을 빌려 "공수처를 통해 검찰의 범죄행위가 낱낱이 드러날 것"이라고 겁박하며 공수처가 권력의 사적 도구임을 드러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는 이로써 거짓 인증을 마쳤다. 국민을 한 번은 경험한 나라로 이끌었으니 말이다. 2천 년 전 삼한시대 소도의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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