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우(53) 신임 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에게는 '외지인' '공연 전문가'라는 첫인상이 씌워져있다. 대구 문화예술기관 수장 중에서 드물게 서울 출신 예술인인데다 전시 위주인 예술발전소 예술감독을 맡은 공연 기획 전문가라는 것이다. 발탁 당시 '의외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은 그는 우려 섞인 시선을 기대로 바꿀 수 있을까. 취임 한 달을 맞은 그를 만나 예술발전소 향후 운영 방향을 들어봤다.
▷예술발전소의 첫 인상은?
-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떠올랐다. 영국이 발전소 건물을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켜 2000년 선보인 곳인데, 예술발전소와 콘셉트가 똑 닮았지 않나. 테이트 모던은 전세계의 현대미술을 이끄는 곳이다. 저는 대구예술발전소를 대구, 나아가 한국의 예술을 이끄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시민들 사이에선 문화예술공간으로서 예술발전소의 정체성이 모호한 부분이 있다. 앞으로 예술발전소에 어떤 정체성을 부여할 것인가?
- 대구예술발전소는 전시, 공연 등 어떤 예술 활동을 해도 용납이 되는 공간이다. 장르를 넘어 여러 예술 분야를 융합한 다원예술(융복합·컨버전스)의 장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싶다.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축제나 정기 기획전의 형태로 관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6월 '글리치 앤 비주얼 아트' 기획전을 준비했다. 시각예술 작품에 영감을 얻어 전자음악을 만들어 두 작품을 전시장에서 동시에 선보이는 것인데, 관객들은 작품을 눈과 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9월에는 발전소 앞 공원에서 '커뮤니케이션 페스티벌(가제)'을 열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곧 공개하겠다.
▷예술발전소를 운영하는 데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 지금껏 예술발전소는 미술에 치중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곳은 미술발전소가 아니지 않나.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 그게 공연 기획자인 내가 이곳에 온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공연의 비중을 늘리고 공연장인 수창홀(120석 규모)에 활력을 불어넣겠다.
마티니 콘서트를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문화가 있는 날)에 열고 매달 한 차례 기획공연도 열 계획이다. 음악, 연극, 국악 등 여러 음악 장르를 소화하겠다. 음향 시설이 열악하긴 하지만 그래도 '수창홀은 공연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첫 발을 떼겠다. 4월 첫 공연으로 국악앙상블(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창극단 참여) '첫봄'을 선보인다. 규모는 작지만 최고 퀄리티의 공연을 선보일 테니 기대해달라.
▷첫 공연이 외부 예술 단체 초청 공연이다. 앞으로 프로그램 참여에 있어 대구 예술인과 대구 밖 예술인의 안배가 중요할 것 같다.
-대구에서 이뤄지는 예술은 모두 대구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즉 타 지역 예술가들이 대구에서 활동하는 것도 대구 예술의 일종이다. 입주작가 선정 시 전국 각지, 해외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신청하고 선정된 입주작가 중 상당수가 대구 밖 예술인들이다. 우리가 해외에서도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지 않나.
타 지역 사람이 예술감독을 맡은 데에 대한 우려도 이해한다. 작가 선발이나 전시·공연 기획 시 대구 예술인을 바탕에 두면서도 공정하게 선정할 수 있다는 점을 믿어주시라. 대구를 기반으로 하되 대구에 함몰되지 않고 더 넓은 시선으로 더 큰 그릇을 만들겠다.
▷이 밖에 다른 크고 작은 계획들이 있다면?
올해 입주작가를 선정한 후 첫 프로젝트로 설치미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예술발전소 1층부터 5층까지 이어지는 빈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 3월 중으로 작품을 선보일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매년 입주작가 첫 프로젝트로 이어가도록 하겠다.
입주작가 작품을 소품으로 만들어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아트마켓'도 구상 중이다. 일반인들은 그림을 구매하는 데에 문턱이 높지 않나. 소품을 구매하는 작은 경험에서 시작해 그림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일종의 유통채널을 만드는 것이다.
예술발전소의 '발전'에는 '예술 에너지를 만들어낸다(發電)'는 의미에 더해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다(發展)'는 뜻도 담겨있다. 예술발전소의 예술 행위가 대구 예술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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