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생충은 다른 생명체에 달라붙어 양분을 가로챈다. 그래서 저급 생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상당히 성공한 생명체다. 살아남기 위해 기생충은 고도의 전략을 구사한다. 양의 몸속에 기생하는 간충의 신비로운 생존 전술을 보자.
간충은 양의 체내에서 부화할 수 없다. 그래서 일단 양의 몸 밖으로 나가 자란 뒤 되돌아와야 한다. 양의 대변에 섞여 배출된 간충의 알은 애벌레가 되어 중간숙주인 달팽이를 거쳐 개미 몸속으로 침투한다. 간충은 개미의 뇌를 조종한다. 감염된 개미는 밤만 되면 몽유병 환자처럼 개미굴을 떠나, 양이 가장 좋아하는 풀의 꼭대기에 올라앉는다. 풀과 함께 양에게 잡아먹힐 때까지.
톡소포자충도 비슷한 전략을 쓴다. 쥐를 중간숙주로 하고 고양이를 최종숙주로 삼는 기생충인데, 쥐에 기생할 때는 쥐의 겁을 없애고 고양이 냄새를 좋아하게끔 조종한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를 겁내지 않아 잘 잡아먹힌다. 이처럼 빌붙어 사는 신세라고 해서 기생충을 얕잡아볼 일이 아니다. 숙주와 공생관계인 기생충도 있고 기생충을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숙주도 있다고 하니 자연의 섭리가 참 오묘하다.
'기생충' 제목을 단 우리 영화가 세계 영화계를 호령하고 있다. 상류층과 반지하 하류층, 상류층 저택 지하에 숨어 사는 최하층, 세 가족의 만남을 이보다 더 재미있고 유쾌하게, 스릴 넘치게, 여운 많이 남게 만들 수는 없다. 영화 속 하류층이 교묘한 수법으로 상류층을 속이며 기생하는 모습이 간충, 톡소포자충 빰칠 만큼 기상천외하다. "빈부 격차는 인류 전체의 문제"라고 공감하면서 세계는 이 걸작 영화에 온갖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영화 '기생충'의 찬란한 질주가 불편한 사람도 있는 듯하다. 일본 매스컴들은 "'기생충'이 한국의 징병제, 부동산 문제, 빈부 격차, 한국의 어두운 부분을 세계에 알렸다"며 슬며시 비꼬았다.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남한은 빈부 격차가 심한데 비해 우리 공화국은 누구나 공평하고 평등한 삶을 누리고 있어 세상 사람들의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논평을 냈다. 이솝우화 '여우와 신 포도'를 연상시키는 시샘이다. 참으로 소인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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