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관광 일등공신 대만 관광객을 보는 두 개의 시선

대만 관광객 대구시내 사우나 이용 눈총… 업주들 관광객 돌려보내는 등 자구책
대만인 관광객을 모조리 놓치게 돼 업계도 한숨… 대구시는 환영 메시지 제작 등 안간힘

대만관광객
대만관광객

대만관광객을 향한 두 개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대한 우려 확산이 중국에 대한 공포로, 나아가 중국어에 대한 공포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다중이용시설에서 대만관광객 이용을 막아달라는 고객 항의가 늘면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구시는 최근 대만관광객을 끌어안을 유인책을 내놨다.

13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를 찾은 대만관광객은 27만9천366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64만6630명) 중 가장 많았다. 그러나 사우나와 온천 등 코로나19에 민감한 다중이용시설에서는 대만관광객의 출입을 저지하고 있다. 중국인으로 오해해 시설 이용을 막아달라는 고객 항의가 늘어나면서다.

12일 대구 동구 신암동의 한 대형사우나 시설. 이곳을 찾은 A(56·여) 씨는 "대만과 중국이 다른 나라인 건 알지만 대만관광객과 같은 탕에 들어가면 찜찜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만관광객을 중국인이라고 착각하거나 대만도 코로나19 위험 지역이라 오해한 것이었다.

업주도 난감하다. 내국인 손님과 대만관광객 모두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대만관광객 300여명을 맞았다는 신암동의 대형사우나 시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루 평균 10통씩 항의전화가 들어온다고 했다. 대만관광객은 외모나 언어에서 중국관광객과 차이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곳 관계자는 "대만은 위험지역이 아니라고 매번 설명을 하지만 한번 오해하는 손님들은 아무리 설명해도 설득이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 사우나와 온천 시설은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심리를 감안해 대만관광객 출입을 막고 있다. 내국인 손님이 끊길까 선택한 울며 겨자먹기식 자구책이다. 수성구 욱수동의 한 대형찜질방은 코로나19가 퍼진 지난달 말부터 여행사에 대만관광객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곳 관계자는 "내국인 손님 눈에는 대만관광객이나 중국관광객이나 똑같이 보이니까 내국인 손님들의 우려를 덜기 위해 대만인 관광 자제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경북 경산의 한 온천시설도 비슷한 이유로 대만관광객 출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 관계자 역시 "손님들의 우려가 많아 최근 대만관광객 한 팀을 돌려보냈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음 달까지 이어지면 벚꽃 축제를 앞두고 찾아오는 대만 단체 관광객을 받기 어려워 15%정도 손해를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업계의 분위기를 감지한 대구시가 결국 대만관광객을 상대로 '환대 캠페인'에 나섰다. 대구시는 이달 2일부터 '환영합니다, 대만' 문구가 적힌 기념 목걸이를 제작해 대만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대구국제공항과 동대구역, 동성로 안내소, 서문시장, 옻골마을, 근대문화골목 등에서 나눠주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방문 금지'를 요구하는 국내 분위기에 대만 지상파 방송인 삼립티브이에서 '대구가 대만관광객을 거부한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현지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데 따른 조치라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행사가 시작된 뒤 회원 수만 16만 명에 달하는 대만 여행 후기 사이트에는 관광객의 기념 목걸이 인증샷이 올라왔고, 좋아요 5천800개와 댓글 200여개가 달리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박희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오해와 불안감으로 관광객들의 출입을 거부하는 일이 없도록 관광협회와 함께 호텔, 식당, 유원시설업 등 148개 업체를 상대로 지속적인 안내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이번 캠페인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관광업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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