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로나19]약사들이 불안하다 "지금은 우리가 병·의원 역할"

약국 찾는 감기 증상 환자 많지만 코로나19 증상과 구분 어려워
문진 처방전이나 증상 호소만으로 약 처방이 최선
언제 어디서 확진자 나올지 몰라 불안

2일 대구 북구의 한 약국. 이른 아침부터 약을 사러온 사람들도 북적이고 있다. 배주현 기자
2일 대구 북구의 한 약국. 이른 아침부터 약을 사러온 사람들도 북적이고 있다. 배주현 기자

2일 찾은 대구 북구 침산동의 한 약국. 출입문에 '마스크 없이 출입이 안 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곳 약국의 약사 A(63) 씨는 "손님을 꺼리는 게 아니다. 약국을 찾는 분들이 많아진 탓에 약국도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손님들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약국도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약사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일반 감기 환자들의 방문이 많지만 코로나19와 증상이 비슷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어서다. 증상으로는 분간이 쉽지 않아 자칫 감염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날 찾은 대구시내 약국 4곳 모두 일반 감기 증상으로 기침과 해열제 등을 찾는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선별진료소로 갈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에 동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은 뒤 약국을 찾은 경우가 많았다.

2일 대구 한 약국에서 한 손님이 종합감기약과 두통약, 비타민 등을 한꺼번에 구입하고 있다. 배주현 기자
2일 대구 한 약국에서 한 손님이 종합감기약과 두통약, 비타민 등을 한꺼번에 구입하고 있다. 배주현 기자

적게는 4통에서 많게는 10통까지 두통약과 몸살약, 종합감기약 등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혹시 모를 자가격리를 대비해 비상용 약을 미리 마련해 두기 위해서다.

해열제와 진통소염제, 비타민 등을 구매하러 왔다는 B(66) 씨는 "아프면 갈 수 있는 병원도 별로 없고 언제 어떻게 증상이 나타나 격리가 될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최대한 약을 많이 사두려 한다"고 했다.

약국으로 환자가 몰리면서 약사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구 중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C(54) 씨는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확진자 분간을 할 수 없어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감기약을 찾는 환자들에게 먼저 병원에 가서 진단이나 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하지만 비상용이라며 무작정 약을 달라는 경우에 달리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스로 가족과 격리생활을 하는 약사가 많다. 대부분은 집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장갑을 착용하는 것은 물론 가족과 공간도 분리해 사용하고 있다. 아예 숙소를 따로 잡아 생활하는 약사들도 있다. C씨는 "무증상 환자도 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근처 모텔에서 지낸다. 힘들어도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소독과 방역도 약국 자체에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다.

코로나19 사태로 약국이 일종의 병·의원 역할을 하고 있지만 확진자가 약국에 다녀갔을 때만 보건소에서 방역을 해주기 때문이다.

약사들은 "매일 에탄올이나 살균제로 약국을 꼼꼼히 닦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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