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상중국] 우한봉쇄령 해제(?)되는 중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발원지인 우한을 방문해 현지 공무원, 자원봉사자,경찰관, 의료진들과 실외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발원지인 우한을 방문해 현지 공무원, 자원봉사자,경찰관, 의료진들과 실외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중국 베이징에서는 1월 23일 전격 봉쇄된 지 두 달여가 되는 3월 23일 자로 '우한(武漢) 봉쇄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우한 봉쇄만 풀면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제 중국은 오히려 세계로 열린 문(門)에 빗장을 닫아걸고 외부 유입에 의한 코로나 사태 재발에 역량을 쏟는 분위기다.

중국 내 코로나 사태는 종식 선언만 앞두고 있는 듯, 속속 정상화 채비를 갖추고 있다. 휴교와 휴업 상태의 각급 학교는 일부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개학을 했거나 개학 준비를 마쳤다. 칭하이와 신장, 티베트 등 확진자가 한 명도 없는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생활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처음으로 시진핑 주석이 10일 우한을 전격 방문한 것은 사실상 우한 코로나 사태의 종식을 대내외에 선언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 정부는 시 주석이 돌아간 다음 날인 11일 자로 우한시 소재 주요 기업들에 대해 '조업제한령'을 완전 해제했다. 도시 봉쇄 해제에 앞서 우한의 주요 기업들에 대한 조업 재개를 승인함으로써 코로나 사태 극복 수순에 나선 것이다. 실제 공장 재가동은 추가방역조치를 완료하고 직원들의 출근 준비 등이 마무리될 즈음, 봉쇄령 해제와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식 발표된 3천여 명의 사망자, 6만8천 여 명의 확진자, 1천여 만 명에 이르는 우한 시민들의 두 달여간 감금과 다름없는 격리생활이라는 엄청난 희생 속에 이뤄낸 값비싼 대가가 중국의 코로나 사태 조기 종식이다.

중국이 코로나 사태를 일사불란하게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초기 방역 실패에 대한 민심 이반을 적시에 차단하는 선제 조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 주석의 조치나 중국에 대해 '용비어천가'를 부르려고 하는 게 아니다. 춘절 당일임에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소집, '전염병 대책 영도소조'를 설치하고 권력 서열 2위 리커창 총리에게 사태 수습의 총괄을 맡긴 시 주석이다. 리 총리는 곧바로 우한으로 날아가 며칠간 상주하면서 공포에 휩싸인 우한과 후베이 민심을 살피면서 방역대책을 총괄하는 악역을 자임했다. 연일 확진자가 2천여 명씩 폭증하는 봉쇄된 우한은 지옥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우한시 당 서기와 우한 시장 등이 "초기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우한을 빨리 봉쇄하지 못한 점 등을 지적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며 초기 방역당국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고 실토하고 나서자 시 주석의 조치는 더욱 단호했다. 감찰에 착수, 2월 10일 후베이성 위생건강위 당서기와 주임을 면직시킨 데 이어 13일에는 장차오량 후베이성 서기와 우한시 서기를 경질했다. 대내외적으로 통계 의혹이 일고 있던 확진자 기준도 바꿔 핵산검사를 하지 않더라도 폐 CT 촬영에서 폐렴이 확인되면 확진자로 합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던 '장수'의 목을 친 셈이다. 전투 중에는 장수를 교체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깬 파격적인 조치였다.

우리 정부의 코로나19 대응도 일견 중국을 따르는 모양새였다. '우한 봉쇄령'처럼 '대구 봉쇄령'을 검토했으나 여당 대변인의 '입방정' 때문에 실행하지 못한 것이나 보건복지부 장관을 제치고 정세균 총리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에 임명한 것은 중국의 '영도소조'를 흉내낸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도 격전지 후베이성과 우한시의 책임자인 당서기를 경질하면서 '우한 사태' 수습의 물꼬를 돌린 중국의 조치를 기대해볼 만하다.

우리 정부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을 맡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실질적인 코로나 사태 지휘관이다. 그는 코로나 사태의 확산 원인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유입원으로 중국에서 입국한 한국인을 지목, 교민은 물론 온 국민의 공분을 샀지만 꿋꿋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의료계의 의료용 마스크 부족 호소에 대해 '의사들의 마스크 사재기 때문'이라고 국회에서 답변하면서 의사들을 '마스크 사재기꾼'으로 몰았다.

이런 자가 정부의 코로나 사태 수습을 지휘하는 사령탑이라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사태의 조기 수습을 위해서라도 온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사령탑을 교체한, 중국의 선제 조치를 제대로 배우고 따르는 게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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