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대중문화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객들이 참여해야 하는 프로그램들은 직격탄을 맞았고, 극장 대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콘텐츠 소비는 급증했다. 그런가 하면 시국 때문에 몇몇 드라마, 영화들은 새삼 주목받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예능가에 미친 영향들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예능 프로그램은 관객과 호흡할 수밖에 없는 오디션형 프로그램들이다. KBS '씨름의 희열'은 씨름의 중흥을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거의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는 그 시점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결승전을 쓸쓸한 무관중으로 치러야 했다. 결승전 참여를 원하는 관객들이 수천 명이나 몰린 상황이었던지라, 무관중 결정은 더더욱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TV조선 '미스터트롯'도 마찬가지였다.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시청률 35%(닐슨 코리아)를 넘어서며 트로트 열풍을 이끈 이 프로그램 역시 코로나19의 여파로 무관중 결승전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무관중으로 찍은 결승전에 시청자들의 유일한 참여 창구가 된 문자 투표로 투표가 폭증하면서 결승전 당일 우승자 발표를 연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던 것. 결국 이틀 후에 임영웅이 최종 우승자로 발표됐지만 깔끔한 마무리가 되지는 못했다. 이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이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이런 악조건을 역발상으로 넘으려는 시도도 등장했다. tvN '코미디 빅리그'는 관객 대신 개그맨들을 투입함으로써 그 리액션까지 또 다른 코미디의 한 부분으로 채워 넣음으로써 호평을 받았다. MBC '놀면 뭐하니?'는 코로나19로 인해 연이은 취소 사태를 겪고 있는 공연계에 '방구석 콘서트'를 제안함으로써 대안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방송을 통해서나마 공연계와 관객들의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이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겨울방학(?)의 휴지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스튜디오에서 유재석과 조세호가 찍어온 영상을 보며 진행하는 방식을 취했다. 프로그램 특상 상 야외로 나가 대민접촉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그게 어려워진 탓이었다. 하지만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코로나19와 전쟁을 벌이는 대구 지역의 의사, 간호사들과 화상통화를 통해 현지의 상황과 그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써 오히려 큰 화제가 되었다.
코로나19는 이처럼 예능가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하나의 캠페인으로 이뤄지고 있는 요즘, 예능프로그램들은 적당한 거리두기를 취하면서도 그럴수록 더더욱 요구되는 소통의 물꼬를 이어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새삼 관심을 촉발시킨 콘텐츠들
코로나19는 감염병 관련 콘텐츠들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사람들이 모이는 극장 출입이 현저히 줄어든 대신 집에서 OTT를 이용한 콘텐츠 소비는 급증했다. 이 시점에 넷플릭스가 김은희 작가의 '킹덤' 시즌2를 공개한 건 의도된 건 아니지만 확실히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시즌1으로 '조선시대 좀비'라는 색다른 세계를 통해 전 세계에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킹덤'은 시즌2에서 보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동래에서부터 퍼져나간 역병이라는 설정은 작금의 대구, 경북에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진 상황과 맞물려 이 드라마에 실감을 더해줬다. 역병이 발병해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좀비들의 확산세와 이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민초들 그리고 이를 심지어 이용하려는 권력자들의 이야기는 현재 코로나19가 그려내는 현실적 풍경과도 겹쳐지는 면이 있어서다. 여러모로 '킹덤'은 팬데믹 상황에 직면한 상황 속에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관심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콘텐츠가 되었다.

한편 최근 호평 속에 시즌2를 종영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 역시 현 상황에서 자신의 안위보다 환자들을 위해 대구로 달려간 의사, 간호사들에 쏟아지는 찬사와 맞물려 새삼 그 가치를 드러낸 드라마가 되었다. 심지어 '의인'으로 불리는 대구로 간 의사들에 '낭만닥터'라는 지칭이 생길 정도다. 국가적인 위기를 맞아 환자를 위해 현실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의사들에게 보내는 대중들의 존경의 표시가 그 지칭 속에는 담겨있다.
코로나19로 극장가는 관객 수가 급감하며 차가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관객이 줄어든 데다, 배급사들도 영화 개봉을 연기하면서 해외의 경우 심지어 극장이 폐쇄되고 영화제 또한 연기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감염병을 다룬 영화들은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치사율 100%의 변종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다룬 재난영화 '감기', 2011년 황금종려상을 받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전' 같은 영화가 대표적이다.
코로나 19는 봄이 왔어도 여전히 겨울 같은 우리네 일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일상과 밀접한 대중문화도 그 영향권을 벗어날 수는 없다. 다만 어려움 속에서도 대중문화는 나름의 해법들을 찾아내고 있다. 물론 궁극적 해결은 이 시국이 완전히 지나야 가능한 일이지만, 이렇게 버텨낸다면 우리의 일상에도 또 대중문화에도 기다리던 봄은 오지 않을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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