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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전화에 택배 선물…무뚝뚝한 남편·자식의 변신

회식·모임 줄며 가족과 보내는 시간 늘어…가족·친지 안부 전화로 친밀감 ↑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명지(27·여) 씨가 집에서 커피와 간식을 직접 만들어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명지(27·여) 씨가 집에서 커피와 간식을 직접 만들어 '홈 카페를 오픈했다'며 SNS에 올린 사진. 독자 제공

경북 예천에 사는 노부부는 평소 전화를 않던 아들이 요즘엔 매일 안부를 물어와 어리둥절하다. 직장 생활이 바빠 일주일에 한 번 통화할까 말까 할 정도로 무뚝뚝한 아들과 부쩍 친해진 것 같다. 게다가 마스크는 물론 보양식품, 생필품도 택배로 잔뜩 보내온다. 이들 부부는 "코로나19로 걱정은 많지만 아들과 통화하는 새로운 즐거움도 생기고, 매일 생일 대접을 받는 기분"이라고 자식 자랑을 늘어놨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Blue·우울감)'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일상 속에서 사소한 행복을 느끼며 위기를 이겨내는 사람도 늘고 있다. 코로나 블루의 파란색과 보색인 주황색을 연관시켜 긍정적 마음을 의미하는 '코로나 오렌지'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멀리 사는 가족, 친지들에게 자주 안부 전화를 거는 이들이 많아 진 게 큰 변화상이다. 코로나19가 가족 간의 친밀감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장기 국면 속에서 안부 전화는 일상이 되고 있다.

바깥 외출을 삼가는 분위기 속에 가족과 함께 머무는 집안 분위기도 부쩍 달라졌다. 직장과 학교 생활 등으로 한 지붕 아래 살지만 각자의 삶으로 바빴던 구성원들이 멀어진 사회적 거리 대신 가족 간 거리를 좁히고 있다. 매일 저녁 함께 식사도 하고 도시 외곽으로 외출도 하며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고 있다.

실제 대용량 쌀 판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폭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마트에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2일까지 판매된 10㎏짜리 쌀 매출은 54.9%, 20㎏ 쌀은 19.7% 늘었다. 달걀 한 판(30개) 매출도 85.8%나 증가했다.

대구에 사는 주부 김현진(46) 씨는 "직장이 가까워 매일 집으로 식사하러 오는 남편, 방학이 길어진 자녀들과 함께 밥을 먹으니 대화 시간이 부쩍 늘었다"며 "저녁에는 아이들 공부를 가르치고, 운동도 같이하면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무엇인지 느끼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코로나 오렌지'를 외치는 이들은 집에서 다양한 여가활동을 하며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거나 홈트레이닝, 수제 음식 만들기, 독서와 영화 감상 등으로 재충전하고 있다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명지(27·여) 씨는 "퇴근 뒤 유튜브를 통해 커피를 배우는데 지금은 7종의 커피를 만들 수 있게 됐다"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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