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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코로나 극복…지금 필요한 건 비난 아닌 격려

권영진 대구시장이 26일 오후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임시회가 끝난 뒤 본회의장을 나서던 중 갑자기 쓰러지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권영진 대구시장이 26일 오후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임시회가 끝난 뒤 본회의장을 나서던 중 갑자기 쓰러지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최근 권영진 대구시장이 코로나19 긴급생계비 지원 개시 시기를 놓고 이진련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과 설전을 벌이다가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가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지금으로서는 4월 중순까지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데 시정(市政) 총책임자인 대구시장의 공백으로 인해 코로나19 방역 전선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바이러스와의 싸움도 힘에 겨운데 대구시 수장과 시의원 간의 감정 대립으로 이런 일까지 벌어지는 모습을 보는 시민들 마음도 편치 않긴 마찬가지다.

권 시장은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이 시작된 시점부터 야전 침대에서 잠을 자면서 매일 브리핑을 직접 진행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여왔고 그 모습은 지역사회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언론 노출이 잦아지면서 이런저런 설화도 겪었다. 이번 긴급생계비 지원 시점의 경우 이 시의원이 시민을 대표해 의당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인데 권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한 나머지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감이 있다.

긴급생계비 지원이 촌각을 다투는 사안인 만큼 지급 시기를 최대한 당기라고 강력 촉구하는 선이었다면 몰라도 당초 4월 16일 개시할 수 있다는 대구시 방침을 총선용 정치 포석으로 의심하고 정쟁화시킨 정치권의 자세도 고와보이진 않는다. 미증유 감염병과 싸우느라 모두가 극한의 피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 업무의 큰 축을 맡은 공직사회를 앞뒤 안 재고 공격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의료계에서도 방역 과정에서 일어난 일을 놓고 서울과 대구 지역 기관 간에 비난과 폄하, 공방이 오가는 모습이 노출됐는데 역시 바람직하지는 않다.

애초부터 코로나19 같은 대재앙에 대처하다 보면 지역사회가 감당 못해 일이 꼬이는 경우가 비일비재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대구시민들과 의료계, 공직사회가 보여준 방역 성과와 성숙한 시민의식은 세계의 부러움을 살 정도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시민, 의료진, 공직자 너나할 것 없이 임계 상황을 맞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다. 이럴 때일수록 힘이 되는 것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상호 이해와 격려다. 안 그래도 대구에서 집단감염이 시작된 터라 알게 모르게 대구에 대한 외지인들의 이미지도 나빠질 텐데 우리끼리 삿대질해서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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