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15 핫플] '안동예천' 갈라진 보수…민심은 누구에게?

더불어민주당 이삼걸, 미래통합당 김형동, 보수 성향 무소속 권오을·권택기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삼걸, 미래통합당 김형동, 무소속 권택기, 무소속 권오을 후보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삼걸, 미래통합당 김형동, 무소속 권택기, 무소속 권오을 후보

4·15 총선이 1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안동예천이 대구경북(TK)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안동의 현역인 김광림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19대 총선에서 전국 2위(82.5%) 득표율을 올리는 등 국회의원 3선을 지내는 동안 적수가 없다시피 했지만 지난 2월 말 돌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사실상 무주공산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이삼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경북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예천군지부를 방문,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홍준표 기자
지난달 31일 이삼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경북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예천군지부를 방문,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홍준표 기자

이 빈자리를 채우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역 여권의 대표주자인 이삼걸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맞서 통합당은 김형동 후보를 영입인사로 단수추천 했지만, 역시 보수 성향의 권오을·권택기 후보가 무소속으로 등장하며 표심 분산이 예상되는 형국이다. 여기에 최근 권영세 안동시장이 민주당 입당 의사 표명 등 변수가 터지면서 민심의 향배를 가늠키 어려운 상황이다.

◆안갯속 민심 잡으려는 후보들

권택기 무소속 후보는 지난달 31일 오전 11시부터 안동 주택가를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그는 이날 오후 4시에도 예천군 예천읍에서 자전거 순회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로 모임이나 지역 행사가 전면 취소되며 선거운동이 제한되자 선택한 방법이다.

권 후보는 "5년 전 자전거로 한 달간 국토종주를 한 경험을 살려 자전거를 타고 안동과 예천 거리를 돌며 지나는 주민에게 인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신기한 듯 쳐다봤지만, 요즘은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함께 셀카를 찍자는 요청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이삼걸 민주당 후보는 경북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예천군지부를 방문,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농아인협회 지회장이 수화로 "안동과 선거구가 통합된 만큼 지원도 안동 수준만큼 끌어올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를 꼼꼼히 메모한 이 후보는 "자치단체장이 표 의식한 행사를 줄이면 복지 지원에 쓸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자치단체에 무작정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도록 법을 손보겠다"고 답했다.

미래통합당의 안동예천 김형동 후보가 최근 예천상설시장을 찾아 주민에게 명함을 전달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김형동 후보 제공
미래통합당의 안동예천 김형동 후보가 최근 예천상설시장을 찾아 주민에게 명함을 전달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김형동 후보 제공

한 시간 후 김형동 통합당 후보는 예천읍의 한 상가에서 예천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을 가졌다. 그는 참석자마다 90도 인사를 하면서 "깨끗이 손 소독했니더"라고 손을 내밀었다. 김 후보를 향해 "이래가 정이 나겠니껴"라는 이에게는 "카마 한 번 안아보시더"라며 친근감을 표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다른 분들보다 늦게 뛰어든 만큼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싶어서 더 많이 인사하고 정을 낸다"고 했다.

권오을 무소속 후보는 1일 오전 8시 안동시 용상동의 현대아파트 앞에서 아침인사에 나섰다. 권 후보는 '4선의 힘'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나섰는데, 자신이 당선되면 곧바로 '힘있는 4선'이 되는 만큼 경험과 경륜이라는 측면에서 경쟁후보보다 강점이 있음을 부각했다.

권 후보는 "10년 동안 야인으로 지내면서 서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정치를 뼈저리게 체험했다"며 "매일 지지율을 1.2%씩 올린다는 마음으로 매일 무조건 지지호소 전화 100통을 하며 주민과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보수 결집이냐 분열이냐

21대 총선 안동예천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권택기 후보가 최근 안동시 용상동 일대를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모습. 권택기 후보 제공
21대 총선 안동예천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권택기 후보가 최근 안동시 용상동 일대를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모습. 권택기 후보 제공

안동 정가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 판세를 보며 기시감을 느낀다. 2008년에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당시 무소속이었던 김광림 후보와 한나라당(통합당의 전신) 공천을 받은 허용범 후보, 친박연대 장대진 후보의 3파전이 펼쳐졌는데 이때도 보수 표심이 갈라졌다. 또 보수 정당의 공천장을 받아온 후보가 40대 정치신인이자 지역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12년 전과 차이점은 보수 정당의 후보인 김 후보가 전임자의 조직을 물려받는 등 후광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타 후보와 비교했을 때 안동과 예천 모두 탄탄한 조직력을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

반면 중앙당에서 지역민심을 고려하지 않은 낙하산 인사라는 일부 지역정가의 비판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문재인 대통령 취임 축하 칼럼을 쓴 이력에 대한 반감은 넘어야 할 산이다.

안동에 사는 문선기 씨는 "너무 잘못된 공천이다. 이러다 민주당이 당선되게 생겼다"며 "김광림 의원이 그런 사람을 지지하면 어떡하냐"고 지적했다.

4·15 총선 안동예천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권오을 후보가 최근 안동역에서 자신의 강점을 알리는 피켓을 들고 선거운동 중인 모습. 권오을 후보 제공
4·15 총선 안동예천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권오을 후보가 최근 안동역에서 자신의 강점을 알리는 피켓을 들고 선거운동 중인 모습. 권오을 후보 제공

무소속 권오을·권택기 후보는 양자 단일화 성사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앞서 권택기 후보는 통합당 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뒤 김명호 후보와 단일화를 이뤘으나 두 사람은 노선을 달리하고 있다. 만일 이 둘이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서로의 지지세력까지 등에 업을 수 있어 파급력도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동 정치권 관계자는 "1일 보도된 매일신문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두 권씨가 단일화를 하면 김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약 2주 전에 안동권씨 11개 문중 어르신들이 두 사람을 불러 '단일화해야 문중 차원의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양자 단일화가 되면 안동김씨(김형동)에 맞서는 안동권씨 '적자'라는 상징성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보수가 갈라진 가운데 유일한 여권 후보인 이삼걸 후보는 2018년 안동시장 선거에서 31.7%를 득표하는 저력이 있는데다 지난 30일에는 권 시장이 총선 후 민주당 입당 의사까지 밝혀 날개를 단 형국이다. 다만 권 시장 측근을 비롯한 지지세력 상당수가 보수에 기반을 둔 터라 이들의 표심이 이 후보로 옮겨갈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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