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텃밭 단체장의 진보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권영세 안동시장의 더불어민주당 입당 관련 발언 이후 보수 세력들의 저항이 노골적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욕심 없는, 지역 발전만을 생각해 내린 '육참골단'의 진보로 가는 길에 보수 세력들은 '배신' '선거 개입' 등 일방적이고 부정적인 프레임을 덧씌우고 있다.
사실 권 시장은 세 번의 선택을 받는 동안 두터운 보수층의 지지를 받았다. 재선은 보수당 공천을 통해, 3선 때는 보수당을 나왔지만 여전히 보수층으로부터 선택을 받았다.
이 때문에 보수 세력의 반발은 불 보듯 했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꾸준히 민주당 입당 얘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입당에 대한 입장을 밝힌 시기가 민감한 총선 정국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보수를 대표하는 미래통합당이 안동예천 선거구에 공천한 김형동 후보는 연일 정체성, 자격 시비에 휘말려 있는 데다, 보수층 무소속 후보가 무섭게 쫓아오고, 이삼걸 민주당 후보조차 만만찮은 지지세를 보이는 상황이니 더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보수당과 무소속 후보들은 '보수에 대한 배신 행위' '공무원 선거 중립 의무 위반' 등 잇따라 맹공을 퍼부으며, 권 시장의 민주당 입당으로 흔들릴 중도층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미래통합당 소속 안동시의회 의원들도 권 시장의 민주당 입당을 규탄하는 성명과 시위를 벌이면서 권 시장의 민주당 입당에 대한 흠집 내기에 앞장서고 있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지난달 30일, 안동시청 브리핑룸을 조용히 찾아 몇몇 언론사 기자들에게 담담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꼭 하고 싶은 일이나, 무소속 단체장으로서의 한계 등을 얘기하면서 "여당의 도움 없이는 어렵다"고 했다.
남은 임기 2년, 지난 10년 단체장 재임 동안 이런저런 일들로, 이런저런 외부의 간섭으로, 이런저런 부족함으로 지역 현안을 살피지 못했던 권 시장으로서는 짧은 시간이라는 생각이다.
국회의원을 꿈꾸지도 않았다. 단체장을 끝내고 중앙정부 진출에도 욕심을 낸 적이 없다. 한때는 4·15 총선 출마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오로지 3선 단체장으로 지역 발전의 획을 그어 놓고 퇴임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보수층의 지지를 얻었지만, 진보 정부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는 TK 지역의 현실을 분명히 보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보수 세력 정치인을 배출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지역 숙원은 여전히 숙제로 남겨져 있다.
안동댐 주변 개발을 옥죄고 있는 '안동댐 주변 자연환경 보전지역', 눈앞에 왔지만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철도역사 부지 개발, 도청 신도시와 안동 구도심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엮어내기 위해 시급하지만 여전히 엄청난 예산이 가로막고 있는 '옥동~신도시 직항로' 등 지역 현안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 뚜벅뚜벅 가는 길이 '지역 발전'이라면 당당한 걸음, 가벼운 걸음이 되도록 믿어줘야 한다.
단순히 표 계산에만 매몰돼 대안도 없는 비난이 아니라, 보수 세력 지지로 얻은 단체장이기에 보수층에 충성해야 한다는 단순한 비난이 아니라, 자신을 희생양으로 남은 2년의 시간을 지역 발전에 '올인'하려는 권 시장의 진정성을 살펴주어야 하지 않을까?
지난 수년 동안 지역을 대표했던 보수 정치 세력들은 자신들이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봐야 한다. 지역 발전을 위한 대안 없는 비난을 그만두고, 스스로를 지역 발전을 위한 희생양이 되려는 권 시장의 진보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도록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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