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칼럼] 코로나 총선 이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11일 대구 북구 읍내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의 사전투표율은 역대 최고인 23.56%를 기록해 지난 총선 때에 비해 2배 넘게 올랐지만 전국에서는 최하위였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11일 대구 북구 읍내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의 사전투표율은 역대 최고인 23.56%를 기록해 지난 총선 때에 비해 2배 넘게 올랐지만 전국에서는 최하위였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이번 총선은 코로나19가 블랙홀이었다. 야당의 '경제 실정 심판'은 여당의 '코로나 극복 먼저'라는 말에 묻혔다. 성장률이 곤두박질치고, 기업이 문을 닫고, 실업자가 넘쳐 나도 '코로나 탓'이면 그만이다. 북한이 최신 미사일을 마구 쏘아대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선진국의 유례없는 호황기에 우리 경제만 바닥을 기게 한 소득주도성장이나 탈원전 같은 경제정책은 더 이상 시빗거리도 아니었다. 조국 사태를 비롯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도를 넘긴 윤석열 검찰 흔들기 같은 여당엔 악재, 야당엔 호재도 코로나가 삼켰다.

집권 3년간 보여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력은 형편없다. 국민총소득 증가율이 3년 연속 하락해 0.3%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연간 수출 실적은 10% 이상 감소했다. 50대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43%다. 2%까지 추락한 경제성장률은 이제 마이너스 성장 말이 나온다. 한전의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2조2천635억원에 달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기업인, 실업자 등 현장 경제 주체들은 코로나 이전부터 아우성을 쳤다. 하는 일마다 손해를 보이는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지적이 따라다녔다.

그래도 포장 기술은 일품이다. '마이너스의 손'도 좋은 결과만 나오는 '마이다스의 손'처럼 보이게 했다. 경제 실력이 한계를 드러낼 때쯤 터진 코로나 사태가 그 진면목을 보게 해줬다. 코로나 사태가 최악의 고비를 넘기면서 해외에서 진단 키트, 방호복 등 의료 장비를 보내달라는 주문이 잇따르자 그 공은 정부가 챙겼다. 첫 사망자가 나오던 날 짜파구리 파티를 열며 파안대소하던 장면은 쉽게 잊혔다. "코로나는 곧 종식될 것"이라며 일상으로 돌아가라 했던 것도 옛말이 됐다.

경제 실정은 코로나 탓으로 돌렸다. 국민들이 경기가 거지 같다고 아우성쳐도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경제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희망고문을 하더니 막상 코로나 팬데믹이 퍼지자 기다렸다는 듯 비관론으로 돌아섰다. 경제가 상당히 좋아지는 기미가 보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졌다는 식이다. 경제위기론을 부각하면 '가짜 뉴스'라고 공격하던 정부가 이젠 "금융위기보다 더하다", "코로나 이겨도 경제위기가 온다"며 경제위기를 부각시키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돈 풀 이유가 생겼고, 이후 경제위기가 닥쳐도 정부 책임이 아니라며 발뺌할 궁리도 챙겼다. 포장에 능한 여당은 코로나 위기를 찬스로 썼고 실력 없는 야당은 찬스를 위기로 만들었다.

그사이 정책 대결은 사라졌다. 빈자리는 돈 선거가 차지했다. 집권하기 전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국가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이라던 국채 비율 40% 선은 헌신짝이 됐다. 재정건전성에 집착하지 말고 돈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난무한다. 그사이 국가채무는 구르기 시작한 눈덩이다.

한국은 현대화 이후 어떤 위기에도 굴한 적이 없다. IMF 위기도 이겨냈고, 금융위기도 돌파했다. 사스, 메르스 사태를 극복하면서는 성숙해졌다. 이번 코로나 사태도 결국 이겨낼 것이다. 문제는 후유증을 줄이는 것이다.

총선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 지금 분위기로는 선거 이후에도 경제는 코로나를 탓하며 돈을 풀어 해결하고, '조국 복권' '공수처 설치'가 문 정부 후반 국정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절망적인 시나리오다. 총선 이후 경제 문제부터 새판을 짜야 할 것이다. 과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경제 실험은 지난 3년으로 족하다. 선거가 끝나도 국가는 계속 융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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