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로나19에 휘청이는 '공유경제', 몰락이냐 생존이냐

에어비앤비 예약률 급감, 소뱅은 위워크 투자 철회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도 이용 꺼려, 쏘카는 희망퇴직 접수
“회복 어려울 것” vs “위기일 뿐 몰락은 아냐” 코로나19 이후 전망

에어비앤비 예약 화면에 나타난 여행 자제 문구. 휴대전화 캡처.
에어비앤비 예약 화면에 나타난 여행 자제 문구. 휴대전화 캡처.

코로나19로 공유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재화를 여럿이 공유해 쓴다는 공유경제의 원리가 '타인과의 접촉 최소화'라는 감염병 예방의 기본원칙을 맞닥뜨려 흔들리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나 위워크 등 숙박·사무 공간을 공유하는 서비스는 이용률이 뚝 떨어졌고, 차량을 공유하는 우버와 쏘카의 이용실적도 코로나19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상황이다. 지난 2008년 로렌스 레시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소유 대신 대여·교환으로의 소비방식 변화"라며 처음 소개한 공유경제는 1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자는 곳, 일하는 곳 공유가 웬 말"…위기의 에어비앤비·위워크

동대구역 근처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A(56) 씨는 지난달부터 수입이 없다. 지난 2월 중순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지역사회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대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예약문의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국내 공유숙박 규정상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각국이 해외여행 금지령을 내려 A씨는 사실상 에어비앤비 운영을 포기한 상태다.

A씨는 "지금 상황에서 누가 대구에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려 하겠냐"며 "손님과 집주인이 교류하고 주방이나 화장실 등 일부 시설을 같이 써 숙박비가 저렴하다는 에어비앤비의 장점이 코로나19를 만나 모두 사라져버렸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사) 에어비앤비는 올해 중 상장한다는 목표를 접게 됐다. 서울의 에어비앤비 예약률은 올해 초 60%에서 지난달 말 10%로 급감했다. 영업 실적이 악화한 에어비앤비는 최근에는 사모펀드 회사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2천억원)의 자금을 10% 이상의 고금리로 조달했다. 해당 금액은 미국 주요 언론이 올해 상반기 에어비앤비의 영업 손실금으로 예측한 10억 달러와 같다.

사무공간 공유기업 위워크의 상황도 심각하다.

지난 1일 위워크의 상징인 뉴욕 오피스를 빌려 쓰던 한 기업의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사무실이 폐쇄됐다. 공단을 나눠 쓰던 다른 입주기업들은 감염 불안에 임대료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위워크는 2010년 뉴욕 오피스에서 사업을 시작한 뒤로 서울을 포함해 세계 120개 도시에 800개 지점을 운영하는 글로벌 업체로 성장한 회사다.

상황이 악화하자 위워크 최대 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 2일 약속했던 30억 달러(약 3조6천억원)의 주식 매입을 취소했다. 계속되는 악조건에 위워크는 최근 기존 시장인 미국과 유럽, 일본에 주력하고 중국, 인도, 남미에선 사업을 축소하거나 완전히 철회키로 했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박재욱 쏘카 및 VCNC 대표를 태운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박재욱 쏘카 및 VCNC 대표를 태운 '쏘카' 차량이 지난 2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우버 이용자 급감, 쏘카는 희망퇴직 접수

공유경제의 대표 모델 중 하나인 차량도 코로나19의 습격을 피할 수 없었다.

세계 최대 차량호출기업 우버의 다라 코즈로샤히 최고경영자는 최근 "미국 시애틀의 우버 이용자가 70% 감소했다"고 밝혔다. 우버 측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이용자가 평균 80%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5월 나스닥에 상장한 우버 주가는 1년 만에 30% 이상 떨어졌다. 지난해 연간 순손실 85억 달러(약 10조3천억원)을 기록하고 세 번에 걸쳐 1천200명의 인력을 감축한 우버가 올해는 감염병이라는 더 큰 악재를 만난 것이다.

국내 최대 차량공유기업 쏘카는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업계에 따르면 쏘카는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비정규직과 수습 직원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쏘카는 면담 등의 절차를 거쳐 퇴사자를 확정하고 급여 3개월분을 위로금으로 지급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쏘카에는 300여 명의 직원이 재직 중이다.

쏘카의 희망퇴직은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자회사 VCNC(타다 운영사)가 사업을 접게 돼 경영 여건이 악화한 상태에서 코로나19가 확산돼 공유차량 이동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 악재가 겹친 결과다.

◆코로나19 이후 공유경제…"회복 어려울 것" VS "오히려 기회"

코로나19가 진정된 뒤 공유경제 전망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진정돼도 예전 수준의 공유 문화가 활성화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시국에서 경험하고 있는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의 지속적인 확산으로 공유할 공간 자체가 불필요해지면 공유경제가 아닌 '고립경제'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코로나19가 공유경제의 새로운 기회란 시각도 있다. 신서정 SK증권 연구원은 "공유경제 모델은 잉여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란 측면에서 지속적인 공급과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기존 업체의 위기를 공유경제 몰락으로 보긴 힘들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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